모스키오토 2007. 8. 13. 16:49

 

햇빛없는 수풀길이 대부분

지난 95년 부산시에 막내로 편입된 기장군의 2대 명산이라면 흔히 달음산과 팔기산(659.8m)을 든다. 불광산으로 불리기도 하는 팔기산은 부산시기념물 제 37호인 장안사를 품에 안은 불광산 군립공원의 주봉으로 울산 양산의 경계를 이루며 병풍 형상을 한 넉넉한 산이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장안사는 역사만큼이나 고색창연한 건물들을 간직하고도 있지만 더없이 맑은 계곡 물과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아 이미 유원지화한 곳이기도 하다.


이 장안사를 기점으로 하는 팔기산 산행은 높이만 생각하면 별다른 감흥이 없을 것 같지만 꼬박 5시간이 걸리는 산행거리와 깊은 계곡 수십m 바위 등 여느 근교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멋과 맛을 골고루 지니고 있는 산이다

특히 등산로의 90% 이상이 햇빛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빽빽한 삼림이 뒤덮인 능선길로 돼있어 피부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여성 산행자라도 안심하고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한편으로는 그 이름처럼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8개나 되는 봉우리를 올라야 하는데다 한군데를 제외하고는 오르막으로만 구성돼 있어 근교산 산행이 다소 불만스러웠던 산행자들도 흡족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시내에서는 동해남부선 기차를 타거나 승용차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산행기점에 접근할 수 있다. 기차를 타면 좌천역에서 새마을버스를 타야하며 일반버스는 기장중학교앞에서 내려 새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장안사앞 주차장은 무료로 운영되며 산행기점과 하산지점이 같아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도 부담이 없다.

장안사주차장에서 장안사를 지나쳐 척판암 입간판을 따라 오른쪽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른다. 곧이어 나타나는 척판암 표지판을 따라 왼쪽 윗길로 난 산행로를 올라야 한다.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면 수분내로 척판암 정문이 보이고 이때 180도 방향을 바꿔 왼쪽으로 오른다. 곧 길이 막히면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때부터 주위에 서있는 나무를 잡고 올라야 할 만큼 길이 상당히 가파라지며 10분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면 넓이가 50평은 충분히 됨직한 큰 바위가 등산로를 이루고 있다. 바위서 8분 정도 오르면 군부대서 세워둔 출입금지 표지판이 나타나고 이 표지판에서 오른쪽 아래로 낭떠러지에 가까운 내리막길로 내려서야 한다. 기장군의 한 산악회에서 급경사 지점에 동아줄을 묶어놓아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어느 산이든 능선 내리막길이 끝나면 안부 지점이라 부르는 평평한 곳에 다다르게 된다. 조심스레 내려선 안부에서 5분 정도 힘들게 오르면 중요한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이 가야할 능선길이다. 능선을 타고 15분을 더 걸으면 길이 갈라지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자. 이때부터 팔기산 정상까지 몇개의 안부와 봉우리를 거쳐야 하는데 길이 하나밖에 없어 등산로는 분명하다.팔기산 정상은 부서진 조그만 방향표지석과 3평 남짓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잡목이 가려 조망도 뛰어나지 못하다. 정상에서는 왔던 곳의 반대방향으로 하산해야 한다.

하산 역시 내리막이 시작되는가 하면 곧이어 오르막이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산행로를 15분 묵묵히 걸어가면 갑자기 눈앞에 깎아지른 듯한 뾰족한 봉우리가 기를 질리게 한다. 봉우리 정상까지는 10분 남짓 걸리지만 워낙 가파라 몸이 금방이라도 뒤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봉우리만 지나면 사실상 오르막은 끝이 난 셈이다. 봉우리를 지나자마자 높이가 20m나 되는 바위를 통과해야 산행로가 이어진다. 조심스레 바위를 지나면 오래전 목장을 조성하며 만들려던 도로가 폐허처럼 방치된 곳과 만나게 된다. 도로를 3분 걷다보면 왼쪽으로 희미한 능선길이 리본과 함께 보이는데 이곳으로 올라야 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2개의 봉우리를 지나면 다시 도로와 만나고 3분여 더 걸어가면 왼쪽으로 제법 넓직한 산행로가 나타난다. 이곳은 잊혀졌던 산행로였으나 기장라이프산악회 장석수회장이 지난해 개척한 곳으로 길은 뚜렷하다.

이 산행로는 한낮이라도 제법 컴컴하게 느껴질 정도의 빽빽한 삼림으로 구성돼 있어 정글을 뚫고가는 기분이다. 15분 정도 하산을 계속하면 물이 거의 말라버린 계곡을 두번 통과하게 되고 머지않아 군폭발물처리장 초소에 닿는다. 초소에서 큰길을 따라 내려가다 철조망이 가로막으면 우회해 개울건너 철조망을 통과해야 한다.

 

                                                                                                                                            박명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