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일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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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적은 숲길 조망 일품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도심을 탈출해 모두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막상 가려고 하니 조금 유명한 바다나 계곡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이럴 때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산행하는 것도 여름피서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장 일광산(316m)은 힘이 덜 들고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가족산행에 가장 제격이다. 여름철 산행으로는 높이도 적당하거니와 산행코스가 거의 환상적이라 할만큼 아름답다. 또 정상부근을 제외하고는 가파른 오르막이 별로 없는데다 숲속 산행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산 초보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산이다.
기장∼일광산∼일광의 산행길은 일반인들은 물론 웬만한 산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여서 산행길이 호젓할 뿐 아니라 정상에 서면 달음산 장산 금정산등 동부경남 지역의 웬만한 산은 능선길이 다 보일정도로 조망이 일품이어 전문산악인들도 찬탄해마지않는곳이기도 하다.
일광산을 찾아가려면 우선 기장군청까지 가야한다. 부산서 183, 142, 239번 등 시내버스를 타고 기장군청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여기서 초입길 찾는 것이 수월치 않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한다.
군청에서 하차해 한신아파트 쪽을 바라보고 도로따라 조금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로망스호텔이 보이고 그쪽으로 올라간다. 새들 어린이집이 나오면 그 윗길을 따라 다시 오른쪽으로 꺽어 20여m 걸어가면 대성건구라는 작은 공장 앞마당 왼쪽으로 산길이 나 있다.
초입서부터 양쪽으로 키 큰 향나무들이 도열하듯 서서 반갑게 맞아준다. 완전한 그늘이라 온 몸이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다. 2∼3분 오르다 리본을 보고 오른쪽 능선길을 타야한다. 여기서부터 환상적 산행코스가 시작된다. 호젓한 산길이어서 그런지 매미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햇빛이 아무리 내리 쬐어도 나뭇잎들이 다 가려주기 때문에 서늘할 정도다. 완만한 경사를 보이고 있는 능선길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10여분쯤 주변 경치를 즐기면 다 스러져가는 이름없는 묘지 2기와 맞닥뜨린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오르면 교리마을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만날 수 있다. 산행은 임도를 가로질러 곧장 직진하면 된다.
오르막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갈래길이 나오고 그 한가운데에 커다란 물탱크가 있다. 물탱크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잡아 계속 오르면 된다. 초입서 이곳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다. 7분여쯤 가면 교리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쳐진다. 여기서부터는 두번째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솔솔바람을 맞으며 여름산행을 즐기면 된다. 사거리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간다. 오른쪽 나무사이로 보이는 암반지대 밑에는 백두사 절이 있다. 이곳은 소나무가 빽빽히 차 있는 곳이어서 공기가 몹시 상쾌하다.
이제 보행길이 열리면서 햇빛에 전신이 완전 노출되기 시작한다. 시야가 확트인 바람재 4거리이다. 정면에 아홉산이 바로 보인다. 바람재에서 왼쪽으로 계속 산행하면 아홉산과 산성산을 거쳐 해운대 장산까지 능선종주도 가능하다. 능선종주는 산 전문가들도 7시간 반가량 걸리므로 산행초보자들로서는 엄두내기가 힘들다. 오른쪽으로는 달음산이 보이고 곧장 내려가면 행금사로 가는 길이다. 일광산 정상은 바람재 4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된다. 정상까지는 이제까지의 산행중 가장 힘든 코스인 가파른 산길이지만 10여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일광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동쪽으로는 일광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고 북쪽으로는 달음산, 서쪽으로는 금정산, 남쪽으로는 장산이 환하게 보인다. 날이 좋을 때는 달음산∼함박산∼문래봉∼철마까지 능선이 다 보여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정상부근 바위와 잔나무 등에 잠자리며 나비 벌 등이 제법 날아다니고 있다. 도시락을 준비해 왔다면 점심식사 장소로도 마땅한 곳이 많다.
정상에서 TV안테나가 있는 바위쪽으로 내려가면 백두사 절까지 30분 가량 소요된다. 여기서 기장 교리쪽으로도 하산할 수 있다. 그러나 운치있게 하산하려면 이 코스 대신 달음산을 마주 보면서 하산하는 길을 택한다.
정상으로 올라왔던 길을 10여m 쯤 되돌아 나와 곧장 가면 된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에 잡목이 우겨져 산길이 잘 보이지 않는 곳도 간간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10분쯤 내려오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왼쪽은 행금사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오면 또 다른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등산로는 월명사로 가는 길이고 하산은 왼쪽으로 하면 된다. 내려오는 길은 밤나무 소나무가 울창해 멋진 산책길이 된다.
또 제철지난 딸기밭이며 콩 옥수수 깨 고추 호박 등 밭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 시골정취도 흠뻑 맛 볼 수 있다. 하산 끝지점에 다다르면 부산∼울산 국도가 나오므로 조심해서 건너야 한다. 도로를 건너 민가가 있는 쪽으로 곧장 가면 일광역이 나오고 이곳 울타리를 우회해 돌아 나오면 된다.
초보자라도 산행시간이 3시간 정도면 족하기 때문에 바로 근처에 있는 일광해수욕장에 가서 해수욕도 즐길 수 있고 일광활어센터에 가서 싱싱한 회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도 있어 가족산행 나들이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활어센터중 포항수산(7210316)이 유명하며 봉고승합차가 아무리 먼 곳이라도 데려다준다.
박명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