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오토 2007. 8. 14. 12:20
곳곳에 산딸기, 군침이 절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아무래도 산을 오르기가 꺼려진다. 특히 등산을 시작한지가 얼마 안되는 초보자나 체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햇빛을 그냥 받으면서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보면 일사병에 걸리거나 탈진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여름철 등산은 가능하면 거리가 짧고 그늘이 충분한 곳을 오르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기장군 철마면에 위치한 거문산(543m)은 여름 등산지로권할 만한 곳이다. 산행을 시작해 1시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고 휴식을 포함해 3시간이면 완주할 정도로 코스가 짧은데다 우거진 녹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이 적게 다닌 곳이라 곳곳에 탐스럽게 열린 산딸기를 따먹어 가면서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며 고사리같은 산나물이 군락 이룬 자연을 구경할 수도 있다.

특이한 것은 하산길에 수십년된 우리의 전통 초가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산행재미를 더해준다. 거문산 산행은 교통이 불편하고 하산지점이 출발지로 되돌아 오기 때문에 승용차를 이용한다.

부산에서 출발하면 기장군 철마면사무소까지 간다음 지난해 개통된 철마-정관간 군도를 따라 웅천리 중리마을까지 간다.

중리마을 입구에 있는 태양열주차장에 주차해두고 포장공사 입간판 옆 아스팔트길을 따라 마을안으로 들어간다. 마을입구에서 대략 150m 정도 가다 전주가 서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윗쪽 대나무 숲사이로 조그만 길이 보인다.

대나무 숲을 지나 상수도본부의 입간판이 서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큰 소나무 6그루가 버티고 있는 곳에 다다른다. 잡목이 터널을 이룬 곳을 통과해 1분 정도를 가다 큰길을 버리고 왼쪽 소로로 향한다. 묘지와 잡풀속 길을 헤치면 본격적인 잡목 터널이 형성돼 있는 등산로를 오르게 된다.

잡목 사이를 지나자마자 떡깔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몇잎을 따다가 냉장고에 넣어두면 냄새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말이 있으므로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떡깔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이번에는 산딸기가 10여평 그득 자리하고 있다.

산딸기의 새콤달콤한 맛을 보며 산을 오르면 어느듯 거문산 정상 직전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북쪽에 있는 거문산 정상과 능선으로 연결돼 있는 이 봉우리는 대략 500m 높이지만 조망은 쓸만하다. 거문산 뒷쪽으로 백운산도 보이고 동쪽으로는 함박산 첨마산 달음산이 그림처럼 연결돼 있다.

봉우리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거문산 정상으로 향한다. 5분 정도 억새풀과 잡목 사이를 빠져나오면 안부에 도착한다. 안부에서 정상을 향하면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100m에 달하는 고사리밭을 지나면 곧바로 정상이다.

거문산 정상에 특별한 표지는 없다. 아까의 봉우리와 마찬가지로 거문산의 조망도 훌륭하다. 남쪽으로 해운대 장산을 비롯, 서쪽으로 망월산 철마산 공덕산도 보이고 북쪽 멀리로는 삐죽이 고개를 내민 팔기산과 용천산 석은덤산도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내리막길로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하산길은 잡목이 어깨높이 만큼 자라있는 곳을 지나야 한다. 정상에서 25분 정도 잡목 숲과 하나의 봉우리을 지나면 마지막 봉우리에 서게 된다. 봉우리에서부터 급경사길이 이어진다. 눈아래 드넓은 초지가 보이고 마을도 눈에 들어온다.

경사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면 움푹 꺼진 안부 삼거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사람키만한 억새밭이 이어진다. 억새밭 사잇길로 5분이면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때는 왼쪽으로 가야한다. 길 찾기가 수월치 않으므로 취재팀의 리본을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방 큰길을 만나게 된다. 큰길에서는 오른쪽으로 마을을 바라보고 하산을 계속한다. 마을을 향해 가다 눈앞에 넓은 초지가 보이면 초지 가운데 뚜렷이 나있는 길을 따르며 머지않아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직전에 길이 갈라지는데 안테나가 서있는 윗쪽길로 가야한다.

소산벌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마을에는 몇 채의 농가가 있다. 농가옆으로는 수십년은 됐음직한 전통 초가가 3채나 서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비록 폐가가 되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보존만 한다면 아마 부산시내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훌륭한 전통 초가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초가를 지나 이어지는 마을 직전에서 비닐 하우스 옆길로 마을을 빠져나오면 차도 다닐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마을을 완전히 빠져나오면 조그만 다리가 나오고 시멘트 포장도로가 군도까지 이어진다. 20분간 매미 울음소리와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다 군도와 만나기 직전에 오른쪽 아랫길로 들어서 수도암을 지나면 금방 주차장이다

 

 

박명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