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오토 2007. 8. 14. 12:31
국어사전은 정자(亭子)를 ‘계곡이나 강가, 산마루 언덕 등 경치 좋은 곳에 풍류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벽 없이 기둥과 지붕만 갖추어 마룻바닥을 지면보다 높게 지은 집’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정자를 짓고 여름이면 찾아가 더위를 식혔다. 자연을 가장 가까이 벗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시약산(509m) 정상에는 부산 기상관측소가 있고 그 아래 시약정(蒔藥亭)이 자리를 잡았다. 단아한 기와 지붕과 아름다운 단청의 운치는 없지만 목침을 베고 누워 쉴 수 있다.

산행코스는 민주공원~봉수대체육공원~구봉봉수대~산불감시초소~엄광산~꽃동네~기상관측소~시약산~박씨묘~대티고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민주공원 정문에서 왼쪽으로 화장실이 보이고 2차선 도로가 나 있다. 100�쯤 따라가면 오른쪽으로 등산로 입구에 구덕야영장 5㎞, 봉수대체육공원 1.7㎞, 엄광산 정상 3.5㎞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섰다. 길은 뒷짐을 지고도 올라갈 만큼 편하다. 5분쯤 가면 네갈래길. 왼쪽으로 꺾어 ‘꽃동산 0.65㎞’ 이정표를 따라간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시민들이 눈에 띈다. 이곳은 대신공원 일주 등산로이다. 이내 꽃동산체육공원. 철봉 배드민턴 네트 등 운동기구가 많다. 새꽃동산산악회가 만든 약수터가 나온다.

구봉봉수대를 향해 오른다. 제법 가파른 곳으로 15분 정도 올라야 한다. 뒤로 돌아보면 영도와 부산항이 보인다. 시원한 전경이 펼쳐지지만 앞으로 남은 산행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봉수대에 서면 해운대 장산과 광안대교까지 조망할 수 있다. 봉수대는 지난 6월 옛모형을 손봐 복원했다.
 


봉수대 오른쪽 옆에 헬기장이 있다. ‘구덕야영장 3.5㎞’ 이정표를 보고 간다. 내려서는 길이다. 곧이어 봉수대체육공원. 계단식 내리막길이다.

내리막이 끝나면 누런색이 선명한 황톳길. 한 주먹 쥐고 주물럭거리면 뭐라도 만들 수 있을 만큼 황토는 차지다. 그래서 길은 미끄럽다. 다시 엄광산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섰다. 길이 반듯한데다 이정표가 잘 서 있어 등산하기에 편하다.

헬기장이 나온다. 10분 사이 오르막 내리막이 한 번. 여기서는 왼쪽으로 떨어진다. 헬기장을 넘어 오른쪽으로 가면 동의대 쪽으로 내려간다.

다시 5분이면 제6산불감시초소에 다다른다. 100�쯤 가면 엄광산 이동통신 송신소가 보인다. 널찍한 바위가 있다. 다리를 펴고 앉아서 쉬기 좋다.

10분이면 엄광산(504�) 정상이다. 내려서면 꽃마을.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계단식 내리막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 길이 반질반질하다. 비가 온 다음에는 상당히 미끄러우므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겨운 계단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 이정표가 ‘구덕야영장 0.7㎞, 꽃마을 1.0㎞’를 가리킨다. 왼쪽으로.

꽃마을에 도착하면 산마루식당 앞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대진슈퍼 앞을 지나 구덕교통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 부산지방기상청과 구덕수목원 시약산 방향을 따라간다.

5분 뒤 오른쪽으로 크게 휘도는 지점에 다시 이정표. 정상으로 향하는 오솔길과 도로가 갈라진다. 물론 중간에 만난다. 오솔길로 오르려면 공터를 지나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따라 오른다. 끝나는 지점에 다시 등산로와 연결된다. 5분 뒤 갈림길에서 오른쪽.

제법 오르막이라 숨이 찰 때쯤 도로에 붙는다. 임도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 하나. 바로 이끼다. 축대에 연한 연두색으로 촘촘히 붙어 있다. 나무 그늘이 지고 습한 부분에 이끼가 자라고 있다. 바위와 콘크리트로 쌓은 축대의 마름모꼴 콘크리트 부분에 자란 이끼가 그림 같다.

꽃마을에서 45분 정도 임도를 따라 오르면 쉼터가 나온다. 화장실과 벤치가 있다. 다시 기상관측소를 보고 오른다. 시약산 정상까지는 0.7㎞. 10분 거리다. 부산 앞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약산 정상에는 시약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눈 아래로 구덕운동장의 잔디가 새파랗다.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면 선수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이다. 구덕터널을 드나드는 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정자에는 목침이 네 개 있어 피곤하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쉴 수도 있다. 앞에 장애물이 없어 갯내음 물씬 풍기는 바닷바람이 그대로 불어온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지나온 능선을 차근차근 되밟아 본다. 시약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내려서 대티고개 이정표를 따른다. 800�쯤 내려가면 왼쪽으로 도는 지점에 콘크리트 포장 부분이 시작된다. 여기서 임도를 벗어나 직진한다.

‘대티고개 1.5㎞’ 이정표가 서 있다. 하산길은 1시간이면 넉넉하지만 마지막에 급한 내리막이 있다. 대티고개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떠나기전에
엄광산과 구덕산은 부산의 중심에 솟아 있고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는 부산의 산이다. 이번 산행은 중구에서 출발해 동구 부산진구 사상구 서구를 돌아 사하구로 내려오는 코스다.

엄광산은 일제 강점기에는 관부연락선을 타고 부산항으로 들어올 때 멀리서 맨 먼저 보이는 산으로 ‘산이 높아 멀리까지 볼 수 있다’는 뜻의 고원견산으로 불렸다. 그러다 1995년 4월에야 ‘부산을 가꾸는 모임’이 펼친 ‘옛이름 찾기 운동’으로 엄광산(嚴光山)이란 이름을 되찾았다.

구덕산의 구덕이란 산 이름은 순수한 우리말인 구덩이에서 빌려 온 것이며 두송산으로도 불린다. 시약산의 시약정에서 바라보는 서구 중구 영도구와 푸른 바다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민주공원까지는 70 190 105 86 38 43번 등 시내버스가 운행한다.

 

/ 글·사진=김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