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울산,양산
양산시 원동면 토곡산
모스키오토
2007. 8. 16. 17:47
사진설명-토곡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곳곳이 산꾼의 발걸음을 멈추게하는 전망대다. 취재팀 뒤로 흐르는 낙동강의 푸른 물길이 온갖 세상시름을 씻어가는 듯하다.
“여기가 진짜 토곡산 맞아? 우리가 제대로 오른거야?”
산길을 따라 오르던 근교산 취재팀이 잇따라 탄성을 터뜨렸다. 낙동강을 굽어보며 양산시 원동면에 우뚝 솟은 토곡산. 이 산은 달음산 천태산과 함께 근교의 3대 악산(惡山)으로 꼽힌다.
토곡산은 품에 비해 계곡이 거의 없고 물도 적다. 길은 오르막 경사가 심하고 곳곳에 칼날 같은 바위능선이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산악동호인 사이에서는 여름철에는 산행을 ‘저절로’ 피하게 되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토곡산에 깊은 계곡이 있었고 넘쳐나는 약수가 있었다. 산행로도 넓고 완만했다. 악산에 명산코스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오르기에는 악산이라지만 사실 토곡산은 원동(院洞)의 진산이다. 낙동강은 신라와 가락국의 경계였다. 이 지역에는 육로와 수로를 감시하기 위해 관원문이 있었다. 관원문의 ‘원(院)’자를 따 원동이란 지명이 생겨났다.
토곡산 산행의 새로운 코스는 ‘원동면 안주진~사천왕사~샘터~토곡산(855�)~복천정사~내화마을’이다.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수풀이 하늘을 가린 청량한 산길에다 물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청아한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라 초여름 산행로로 그만이다.
원동행 버스를 타고가다 안주진에서 내린다. 하차지점은 토곡산의 허리께. 물금에서 원동으로 넘어가는 1022번 지방도로의 중간이다. 도로에서 산비탈 쪽으로 ‘사천왕사’ 표지석이 서 있다. 그 옆에는 ‘토곡산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곳이 들머리다.
[사진설명-토곡산 등반길에 만난 금낭화]
임도를 따라 사천왕사로 향한다. 5분쯤 걸으면 모롱이에서 숲으로 빠져드는 길이 나온다. 활엽수가 우거진 터널같은 길로,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15분 정도 걸으면 사천왕사가 왼쪽에 나타난다. 사천왕사를 지나쳐 임도 끝까지 올라간다. 임도 끝에는 암자가 있다. 암자 옆 큰 바위 아래에는 기도처가 만들어져 있다. 암자를 지나 뒷산으로 조붓한 산길이 열린다.
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가기로 한다. 계곡으로 가기 위해 첫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선다. 오른쪽 오르막으로 꺾을 경우 곧바로 능선길을 탄다.
산길은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올라간다. 물이 있는 만큼 사람 흔적도 있다. 오솔길 사이로 축대와 밭뙈기 흔적이 곳곳에 비친다. 숯을 구웠던 가마터도 간간이 볼 수 있다. 40여분 뒤 오른쪽으로 자그마한 바위 동굴을 만난다. 바위 동굴 아래로 초가 녹은 흔적이 있는 것을 보니 무속인들의 기도처로 쓰이는 모양이다.
삼거리에서 직진해 산길로 올라선다. 길은 잠시 계곡으로 내려닿았다가 곧 왼쪽 비탈로 오른다. 계곡과 붙어 간다는 생각으로 산행을 이어간다면 길찾기가 한결 쉬워진다.
계곡 중턱에서부터 아름다운 야생화 무리를 만날 수 있다. 금낭화다. 금낭화는 ‘며느리주머니’라 불리기도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야생화다. 깊은 계곡의 옅은 그늘이 깔린 곳에 주로 자생한다. 금낭화는 담홍색의 볼록한 주머니 모양으로 줄기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이 때문에 어느 야생화보다도 쉽게 눈에 띄는 꽃이기도 하다.
금낭화 군락지를 지나자 세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산비탈을 돌아 내려서니 바위틈 사이로 약수가 떨어지고 있다. 약수터를 발견한 취재팀은 환호성을 질렀다. 산악 동호인들 사이에서 토곡산은 중턱부터는 아예 식수를 기대할 수 없는 산으로 생각됐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계곡을 올라선다. 계곡을 벗어나 다시 산길로 들어설 지점이다. 20분 뒤 뾰족한 돌조각들 때문에 걸음이 더디다는 생각이 들더니 대형 암봉이 앞을 가로 막는다. 흐릿하던 산길도 이곳에서 끊어진다. 중요지점이다.
조심스레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왼쪽 산사면으로 옅은 길이 보일 것이다. 그 비탈을 타고 50여� 오르면 가지능선과 만날 수 있다. 능선에는 바위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바위전망대에서는 청록의 잎새들로 뒤덮인 V자형 계곡과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의 자태를 맛볼 수 있다.
능선길이 서서히 급해진다. 암반 구간이 나타나더니 또 길을 끊는다. 암반을 타고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이곳에서부터 개척산행이 시작된다. 취재팀은 뒤따라 올 독자를 위해 리본을 촘촘히 붙여 놓았다. 40분 가량 암반과 잡목을 헤치고 오르면 마침내 깨끗한 주능선길이다. 이 길은 원동초등학교에서 올라와 토곡산으로 향한다.
눈이 시원한 바위전망대도 잇따라 튀어나온다. 남동쪽 끝머리에 살짝 돋아있는 금정산 고당봉이 특히 인상 깊다. 5분여 길을 이으면 삼거리다. 직진하면 토곡산 멧부리로,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용굴산으로 내닿는다. 참나무가 무성히 자라는 순한 흙길을 20분정도 지나면 토곡산 정상에 선다.
[사진설명-누가 토곡산을 물없는 산이라고 불렀던가. 산중턱에서 약수터를 발견한 근교산 취재팀이 시원한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눈이 시릴 정도다. 낙동강에 반사된 햇빛이 정상까지 올라와 눈부시고, 굽이치며 흐르는 낙동강의 자태가 시원스레 다가온다.
동쪽으로는 금정산과 천성산이, 남으로는 불모산과 낙남정맥이 맥을 잇고 있다. 서쪽으로는 덕대산 종남산과 만어산이 밀양의 산군을 형성한다.
복천암으로 하산하기 위해 정상에서 되돌아 나온다. 5분 정도 되돌아 나오면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틀면 ‘복천암’ 이정표가 서 있다. 이를 따라 산길은 급하게 내려간다. 20여분 뒤 안부의 고개에 닿는다.
고개는 사거리다. 복천암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 길. 직진하면 어곡산으로 달려나가고 왼쪽은 선장골로 내려간다. 복천암 길에는 바위굴이 잇따라 나타난다. 이 굴은 일제때 광산개발을 위해 파헤친 곳이다.
복천암은 병풍처럼 드리워진 바위계곡 아래 터잡고 있다. 30� 남짓한 바위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시원스럽다. 복천암 뒤로 돌아가면 물맛 좋은 석간수를 마실 수 있다. 바위틈새로 솟아 오르는 물이 자주색을 띠므로 ‘자주샘’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복천암에서 내닫는 길은 나무 계단과 로프가 설치된 탐방로다. 40분 가량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버스를 탈 수 있는 내화마을 버스승강장에 닿는다. /글·사진=박병률기자
▶ 교통편
이번 산행은 접근하기도 쉬운데다 길이 좋고, 산행시간도 짧다. 따라서 부부산행, 단체 MT, 실버산행지로 적격이다.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원동행 버스가 있다. 오전 6시45분, 8시40분, 10시5분에 출발한다. 원동행 버스를 탄 뒤 안주진에서 내린다. 요금 700원. 소요시간 50분. 차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물금으로 가서 원동행 버스를 탄다. 하산하면 원동면 내화마을이다. 내화마을에서는 약 1시간 간격으로 물금행 버스가 있다. 물금에서는 부산행 시내버스가 수시로 있다. 내화마을에서 호포로 직행하는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등에 있다.
/글·사진=박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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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진짜 토곡산 맞아? 우리가 제대로 오른거야?”
산길을 따라 오르던 근교산 취재팀이 잇따라 탄성을 터뜨렸다. 낙동강을 굽어보며 양산시 원동면에 우뚝 솟은 토곡산. 이 산은 달음산 천태산과 함께 근교의 3대 악산(惡山)으로 꼽힌다.
토곡산은 품에 비해 계곡이 거의 없고 물도 적다. 길은 오르막 경사가 심하고 곳곳에 칼날 같은 바위능선이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산악동호인 사이에서는 여름철에는 산행을 ‘저절로’ 피하게 되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토곡산에 깊은 계곡이 있었고 넘쳐나는 약수가 있었다. 산행로도 넓고 완만했다. 악산에 명산코스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오르기에는 악산이라지만 사실 토곡산은 원동(院洞)의 진산이다. 낙동강은 신라와 가락국의 경계였다. 이 지역에는 육로와 수로를 감시하기 위해 관원문이 있었다. 관원문의 ‘원(院)’자를 따 원동이란 지명이 생겨났다.
토곡산 산행의 새로운 코스는 ‘원동면 안주진~사천왕사~샘터~토곡산(855�)~복천정사~내화마을’이다.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수풀이 하늘을 가린 청량한 산길에다 물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청아한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라 초여름 산행로로 그만이다.
원동행 버스를 타고가다 안주진에서 내린다. 하차지점은 토곡산의 허리께. 물금에서 원동으로 넘어가는 1022번 지방도로의 중간이다. 도로에서 산비탈 쪽으로 ‘사천왕사’ 표지석이 서 있다. 그 옆에는 ‘토곡산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곳이 들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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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따라 사천왕사로 향한다. 5분쯤 걸으면 모롱이에서 숲으로 빠져드는 길이 나온다. 활엽수가 우거진 터널같은 길로,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15분 정도 걸으면 사천왕사가 왼쪽에 나타난다. 사천왕사를 지나쳐 임도 끝까지 올라간다. 임도 끝에는 암자가 있다. 암자 옆 큰 바위 아래에는 기도처가 만들어져 있다. 암자를 지나 뒷산으로 조붓한 산길이 열린다.
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가기로 한다. 계곡으로 가기 위해 첫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선다. 오른쪽 오르막으로 꺾을 경우 곧바로 능선길을 탄다.
산길은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올라간다. 물이 있는 만큼 사람 흔적도 있다. 오솔길 사이로 축대와 밭뙈기 흔적이 곳곳에 비친다. 숯을 구웠던 가마터도 간간이 볼 수 있다. 40여분 뒤 오른쪽으로 자그마한 바위 동굴을 만난다. 바위 동굴 아래로 초가 녹은 흔적이 있는 것을 보니 무속인들의 기도처로 쓰이는 모양이다.
삼거리에서 직진해 산길로 올라선다. 길은 잠시 계곡으로 내려닿았다가 곧 왼쪽 비탈로 오른다. 계곡과 붙어 간다는 생각으로 산행을 이어간다면 길찾기가 한결 쉬워진다.
계곡 중턱에서부터 아름다운 야생화 무리를 만날 수 있다. 금낭화다. 금낭화는 ‘며느리주머니’라 불리기도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야생화다. 깊은 계곡의 옅은 그늘이 깔린 곳에 주로 자생한다. 금낭화는 담홍색의 볼록한 주머니 모양으로 줄기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이 때문에 어느 야생화보다도 쉽게 눈에 띄는 꽃이기도 하다.
금낭화 군락지를 지나자 세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산비탈을 돌아 내려서니 바위틈 사이로 약수가 떨어지고 있다. 약수터를 발견한 취재팀은 환호성을 질렀다. 산악 동호인들 사이에서 토곡산은 중턱부터는 아예 식수를 기대할 수 없는 산으로 생각됐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계곡을 올라선다. 계곡을 벗어나 다시 산길로 들어설 지점이다. 20분 뒤 뾰족한 돌조각들 때문에 걸음이 더디다는 생각이 들더니 대형 암봉이 앞을 가로 막는다. 흐릿하던 산길도 이곳에서 끊어진다. 중요지점이다.
조심스레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왼쪽 산사면으로 옅은 길이 보일 것이다. 그 비탈을 타고 50여� 오르면 가지능선과 만날 수 있다. 능선에는 바위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바위전망대에서는 청록의 잎새들로 뒤덮인 V자형 계곡과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의 자태를 맛볼 수 있다.
능선길이 서서히 급해진다. 암반 구간이 나타나더니 또 길을 끊는다. 암반을 타고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이곳에서부터 개척산행이 시작된다. 취재팀은 뒤따라 올 독자를 위해 리본을 촘촘히 붙여 놓았다. 40분 가량 암반과 잡목을 헤치고 오르면 마침내 깨끗한 주능선길이다. 이 길은 원동초등학교에서 올라와 토곡산으로 향한다.
눈이 시원한 바위전망대도 잇따라 튀어나온다. 남동쪽 끝머리에 살짝 돋아있는 금정산 고당봉이 특히 인상 깊다. 5분여 길을 이으면 삼거리다. 직진하면 토곡산 멧부리로,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용굴산으로 내닿는다. 참나무가 무성히 자라는 순한 흙길을 20분정도 지나면 토곡산 정상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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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눈이 시릴 정도다. 낙동강에 반사된 햇빛이 정상까지 올라와 눈부시고, 굽이치며 흐르는 낙동강의 자태가 시원스레 다가온다.
동쪽으로는 금정산과 천성산이, 남으로는 불모산과 낙남정맥이 맥을 잇고 있다. 서쪽으로는 덕대산 종남산과 만어산이 밀양의 산군을 형성한다.
복천암으로 하산하기 위해 정상에서 되돌아 나온다. 5분 정도 되돌아 나오면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틀면 ‘복천암’ 이정표가 서 있다. 이를 따라 산길은 급하게 내려간다. 20여분 뒤 안부의 고개에 닿는다.
고개는 사거리다. 복천암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 길. 직진하면 어곡산으로 달려나가고 왼쪽은 선장골로 내려간다. 복천암 길에는 바위굴이 잇따라 나타난다. 이 굴은 일제때 광산개발을 위해 파헤친 곳이다.
복천암은 병풍처럼 드리워진 바위계곡 아래 터잡고 있다. 30� 남짓한 바위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시원스럽다. 복천암 뒤로 돌아가면 물맛 좋은 석간수를 마실 수 있다. 바위틈새로 솟아 오르는 물이 자주색을 띠므로 ‘자주샘’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복천암에서 내닫는 길은 나무 계단과 로프가 설치된 탐방로다. 40분 가량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버스를 탈 수 있는 내화마을 버스승강장에 닿는다. /글·사진=박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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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편
이번 산행은 접근하기도 쉬운데다 길이 좋고, 산행시간도 짧다. 따라서 부부산행, 단체 MT, 실버산행지로 적격이다.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원동행 버스가 있다. 오전 6시45분, 8시40분, 10시5분에 출발한다. 원동행 버스를 탄 뒤 안주진에서 내린다. 요금 700원. 소요시간 50분. 차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물금으로 가서 원동행 버스를 탄다. 하산하면 원동면 내화마을이다. 내화마을에서는 약 1시간 간격으로 물금행 버스가 있다. 물금에서는 부산행 시내버스가 수시로 있다. 내화마을에서 호포로 직행하는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등에 있다.
/글·사진=박병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