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오토 2007. 8. 16. 17:48
사진설명-'이곳이 낙동정맥'. 운봉산 가는 길은 편안한 억새 능선이 이어져 산꾼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나른한 일요일 아침. 이부자리에서 뒤척이다 눈을 떴다. 아뿔싸! 해가 이미 중천에 떠있다. 이번 주말에는 반드시 산행을 하리라 다짐했는데…. 시계를 원망스럽게 들여다본다.

혹시 이 시간에 산행을 할 수 있는 근교산은 어디 없을까. 인적이 드물어 사색을 겸할 수 있는 조용한 산길이 있다면 좋을텐데.

이 같은 생각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번 주말, 양산 운봉산으로 떠나보자. 금정산과 천성산 사이에 오롯이 솟은 운봉산은 마을 뒷산 같이 포근한 산이다. 이곳은 해발 500m가 살짝 넘는 야트막한 산인데다 곳곳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별적으로 이곳을 찾는 산악동호인들은 드물다. 그 덕에 운봉산은 양산 인근의 산에서는 보기 힘든 깨끗함과 편안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운봉산은 낙동정맥 종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지나야하는 산이기도 하다. 운봉산은 몰운대에서 시작, 강원도 구봉산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적이 드문 산치고는 좋은 산행길을 갖고 있다.

산행구간은 ‘양산시 동면 남락마을~삼거리~299m봉~철탑~423m봉~395m봉~임도~운봉산(534.4m)~헬기장~삼거리~다람쥐캠프장’으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3시간~3시간30분 정도. 산행 들머리에는 짙은 솔숲을, 중반 이후는 낙동정맥의 부드러운 억새 능선길을 따라 걷는 것이 이번 산행의 묘미다.

양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창행 버스를 타고 가다 ‘남락’에서 내린다. 버스정류소에서 걸어 내려와 왕복 8차선 국도의 아래를 지나는 터널을 통과한다. ‘송학사’ 표지석이 있는 오른쪽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있다. 이 도로에 올라 모롱이를 돌면 국도변의 번잡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즈넉한 전원풍경이 펼쳐진다.

다랑논이 켜켜이 새겨진 산비탈마다 모가 새파랗게 자라고 있다. 남락 마을하수처리장 삼거리에서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틀면 10분 뒤 산길 삼거리에 닿는다. ‘산불 조심’ 입간판이 있는 이곳에서는 오른쪽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만약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계속 가면 오지마을인 산지마을에 닿을 수 있다.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만든 쇠구조물을 지나면 너른 비포장길이 이어진다. 10분쯤 이 길을 따라가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오른쪽 길은 민가로 떨어진다.

아무도 손댄 적이 없는 듯한 소나무길이 시작된다. 소나무 가지마다 솔방울이 주렁주렁 맺혀 있다.

짙은 소나무군락이 하늘을 가려 산행도 시원스럽다. 10여분 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이곳이 299m봉이다.

봉우리의 50여m 뒤에 있는 철탑을 지나 경사심한 오르막길을 10여분 탄다. 다음부터는 갈래길이 나오더라도 너른 길을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경사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발 아래는 삭아가는 솔가리가 부엽토를 만들고 있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임도에 닿는다.

왼쪽 오르막은 산지마을로, 오른쪽 내리막은 법기리로 가는 길이다. 임도에서 그대로 직진해 숲길로 파고든다.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면서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번 산행에서 유일하게 땀을 흘릴만한 지점이다. 된비알의 산길은 무덤 1기를 지나면서 완만해 진다. 임도에서 운봉산 정상까지는 20분쯤 걸린다.

운봉산 정상은 양산의 지세와 산세를 엿볼 수 있는 조망을 가졌다. 북동쪽으로 7번국도 인근 마을들이, 남서쪽으로 양산 시가지의 일부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천성산을 향해 낙동정맥이 꿈틀거리며 올라간다.

하산길은 북쪽이다. 올라왔던 방향에서 그대로 직진해 내리막으로 들어선다. 너른 억새밭이 시작된다. 이 억새밭을 지날 때면 자연의 힘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산길은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불로 태워 만든 방화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리는 소홀해졌고 그 틈을 타 억새와 관목들이 자라났다. 이 때문에 지금 이 능선길은 시야가 트이고 길이 뚜렷해 초보자라도 산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헬기장을 지나 30여분간 능선을 따르면 곳곳에서 갈래길을 만난다. 하지만 낙동정맥의 너른 능선만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사잇길로 빠질 필요는 없다.
 

내리닫던 산길이 잠시 숨을 고르는 안부에서 삼거리를 만난다.

이곳에는 상수도보호구역에 따른 안내문이 서있다. 내리막인 왼쪽이 다람쥐캠프장으로 가는 길이다. 내리막을 탄다면 낙동정맥길도 이곳에서 끝난다.

만약 낙동정맥을 따라 천성산까지 이어가고 싶은 산악인이라면 오른쪽으로 틀어 오르막길을 탄다.

하산길은 반지르르한 황톳길이다. 다람쥐캠프장을 찾은 사람들이 아침 산행으로 오르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길을 따라 15분 정도 내려오면 캠프장의 체력단련장으로 떨어진다. 다람쥐캠프장에서 20분 정도 걸어 나가면 버스주차장이 있는 명곡 새마을회관에 도착한다.

 


▶천성산까지 3시간 가량 소요 산악회 조언 받는 것이 좋아

이번 산행길은 산악인들이 낙동정맥의 구간 종주길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산행 경험이 많은 동호인들이라면 천성산까지 이어가 볼만하다.

단, 천성산에서 정상에 오르기 직전 레이더기지를 만나는 것이 문제다. 군부대측에서는 원칙적으로는 하산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원효암까지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도 한다.

천성산까지 가려고 한다면 ‘상수원 보호구역’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틀어야 한다. 산비탈이 곧 시작되는데 방화선 억새밭이 이어지므로 길 찾기는 어려움이 없다.

추가 산행구간은 ‘삼거리~597�~지뢰위험표지판~작전도로~원효암~임도~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버스주차장’이다. 산행시간은 3시간 가량.

작전도로를 20여분 오르면 원효함으로 가는 숲길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 근교산 리본을 따로 매달아 놓지는 않았다.

천성산까지 가려한다면 근교산취재팀 혹은 낙동정맥 종주 경험이 있는 산악회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겠다. 명승산악회(255-4293) 건건산악회(204-8281) 메아리산악회(465-8469).


▶교통편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양산행 버스가 수시로 있다.

양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창 영산대학’행 버스를 탄다. 오전 8시15분, 9시55분, 11시30분, 오후 1시5분 등에 있다. 요금은 700원. 여차리 남락마을에서 내린다.

양산시 명곡 새마을회관으로 내려오면 양산터미널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이중 일부는 호포를 거쳐 구포로 직행한다. 오후 2시50분, 4시50분, 6시35분, 7시50분, 10시 등에 있다. 일반버스는 700원, 좌석버스는 1천2백원.

천성산을 거쳐 대석리로 내려오면 10분 간격으로 지나가는 언양~부산 완행버스를 이용한다. 밤 10시께가 막차다. 요금은 1천원.

하산길에 만나는 다람쥐캠프장은 단체 M.T장소로 좋다. 6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방갈로 야외수영장 체력단련장 등을 갖추고 있다. 캠프장 주위로 1시간20분~8시간에 이르는 산행코스가 있다. 055-385-3488

 

/ 글·사진=박병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