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은 해발 1천m의 고지에 광대한 평원이 있다. 평원을 가르는 마루금이 4㎞. 산행시간으로만 1시간 남짓 걸리는 긴 능선길이 영축산과 신불산의 맥(脈)을 잇는다. 이곳이 바로 신불평원. 사자평고원과 함께 최고의 억새평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신불평원의 억새는 키가 작고 부드럽다. 이 때문에 고산분지라기보다는 앞뜰의 잔디밭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억새 천지에 나무는 거의 없어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남으로는 오밀조밀한 양산 일대가, 북으로는 장쾌한 영남알프스의 산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신불평원은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넘어가는 경유지로서만 알려져 왔다. 정상 등반만이 주된 산행 행위로 여겨졌던 우리네 산악문화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는 평원을 목적지로 삼아 보자. 생각을 바꾸니 숨어 있던 새로운 산길이 드러난다.
산행구간은 ‘양산시 하북면 가천리 버스정류장~강남빌라~심천저수지~열린낚시터~능선~신불평원~1083m봉~능선삼거리~헬기장~암봉~독립가옥~가천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
[바위전망대에서 주위를 조망하고 있는 산행팀.]
신평에서 언양행 완행버스를 타고 가다 가천마을 앞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건널목 너머로 진영상회가 보인다. 진영상회 벽에는 ‘신불산 불승사 1.5㎞’라 적힌 푯말이 붙어 있다. 이를 지나 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10여� 들어가면 가든 간판이 즐비한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꺾으면 ‘강당청년회’와 ‘강남빌라’가 보인다.
빌라를 지나 200여m 들어가면 심천저수지 둑을 만난다. 둑을따라 올라가면 저수지 끝머리에 녹수가든이 있다. 이곳에서 주위를 조망해 보자. 오른쪽으로 내려딛는 능선이 이번 산행의 초입이 된다.
능선을 보며 오른쪽으로 간다. ‘열린낚시터’ 입간판이 서 있는 사거리를 지나면 장재지 둑이 보인다. 길을 따라 축사를 지나면 유료낚시터인 열린낚시터다.
낚시터를 가로 지르면 두 채의 휴게소를 지나 공터에 닿는다. 공터 뒤로 소나무 숲이 내려와 있다. 무덤이 보이는 소나무숲이 들머리다.
뚜렷한 오솔길이 무덤을 지나간다. 솔향 가득한 푹신한 솔가리길이다. 경사 완만한 길을 300여m 올라가면 고개 삼거리다. 왼쪽으로 꺾어 계곡을 건넌다. 오른쪽 어깨너머로는 배나무 밭이 있다. 계곡을 건너자마자 오른쪽 비탈로 오솔길이 치닫는다. 오솔길이 시작되는 입구에는 ‘신불평원 등산로’라 적힌 자그마한 나무푯말이 나무기둥에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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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돈된 무덤 2기를 지나간다. 경사가 점차 약해지더니 임도처럼 너른 길을 잠시 따른다. 밭이 보이는 곳에 이르러 왼쪽으로 오솔길이 열려 있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비탈이 제법 거세다. 오르막이 숨도 멈추지 않고 40여분 이어진다. 등허리가 땀으로 촉촉해질 무렵에야 비로소 전망이 조금씩 트인다. 사방이 트이는 능선에 오르면 곧게 뻗은 경부고속도로의 정경이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능선은 독특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참나무가 많은 왼쪽은 연한 갈색, 소나무가 많은 오른쪽은 짙은 녹색이다. 1시간 가량 더 오르면 경사가 순해진다. 산비탈의 왼쪽을 에돌면 바위봉이 병풍처럼 우뚝 선 안부에 닿는다. 다시 길을 잇는다. 신불평원의 육중한 자태가 서서히 드러난다. 신불평원의 누런 억새는 영축산 머리를 감싸고 있다. 5분 정도 산길을 오르다 오른쪽으로 살짝 비틀면 신불평원이 나타난다.
신불평원의 겨울은 강한 바람과 짙은 운무로 표현된다. 북서쪽에서 불어온 살을 에는 삭풍이 평원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신불평원이 겨울 바람을 든든히 막아 주는 덕에 양산은 한겨울이라도 따뜻한 햇살만 받는다.
평원 가운데로 능선길이 뚜렷하다. 왼쪽은 영축산길, 오른쪽은 신불산길이다.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겨 살짝 돋은 봉우리에 오른다. 1083m봉이다.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걷는다. 신불재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신불재로 떨어지기 전 오른쪽으로 옅은 억새길이 나있다. 억새를 헤치며 10�쯤 나아갔을 때 헬기장이 보이면 하산로를 제대로 잡은 셈이다. 30여� 더 나아가면 두 번째 헬기장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신불산과 신불산 정상에서 뻗어 내려가는 신불공룡 능선이 준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돌탑을 지나자 산길이 아래로 치닫기 시작한다. 독수리 마냥 우뚝 고개를 내민 봉우리가 발 아래 보인다. 10여분이면 삼거리에 내려선다. 오른쪽, 왼쪽 모두 이 바위를 돌아 내려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오른쪽을 택했다. 10여분이면 갈라졌던 길이 하나로 모인다. 또다른 바위전망대를 지나면 잠시 급경사길. 바위를 타고 내려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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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정도 더 하산길을 밟으면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꺾어 2기의 묘를 지나면 가옥한 채가 나타난다. 가옥을 지나 오른쪽 공터를 가로지르면 임도가 아래로 내닫는다. 포장도로를 따라 20분가량 내려오면 가천회관 앞 사거리. 가운데 길을 따라 15분 정도 더 걸어 나가면 출발지였던 진영상회 앞으로 되돌아 나온다.
/ 글·사진 = 박병률기자
-----------------------------------------------교통편
부산 노포동 버스터미널에서 신평행 버스를 탄다.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요금 2천원. 신평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언양행 완행버스(12번)를 탄다. 삼성SDI를 지나 가천마을 앞에서 내린다. 7백원. 소요시간 1시간.
언양행 완행버스는 부산 동래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출발, 범어사(팔송)~양산 시외버스터미널~신평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언양으로 간다. 롯데백화점 앞에서 탈 경우 가천리까지 요금 1천원. 소요시간은 1시간40분 가량. 동래지역에 산다면 완행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고 저렴하다.산에서 내려오면 출발지였던 가천리의 진영상회 앞이다. 언양에서 출발한 부산행 완행버스가 수시로 지나간다. 북구 쪽에 산다면 신평행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포행 버스를 타는 것도 좋다. 오후4시26분, 6시28분 등에 있다.
---------------------------------------떠나기 전에
정족산 신불산 청수골 일부지역이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돼 당분간 산행하기가 힘들 듯하다. 울주군은 올 12월14일까지 군내 3개 지역을 자연휴식년제로 지정, 보호한다고 밝혔다.
신불산의 경우 가천리 목장~주계곡~정상~간월재에 이르는 8㎞의 억새밭이 보호된다. 정족산은 웅촌면 고연리 반계마을~운흥사 절터~능선~정상에 이르는 5㎞구간의 고산습지가 휴식년제 구간으로 지정됐다. 청수골은 살티마을~이천고개의 4㎞ 계곡이 보호구역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최근 억새밭 및 고산습지 등의 파괴가 가속되고 있어 휴식년제 구간을 지정이 불가피했다”며 산행객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울주군 산림과 052-229-7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