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이어지는 계곡이 압권이다. 하얗게 얼어붙은 얼음에 귀를 대본다. 청명한 물소리에 끌린다. 얼음을 걷어내고 당장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그러나 산행 중간에 만나는 산사태의 상처는 가슴을 저미게 한다. 미리 당부하건대 ‘자·연·보·호’ 네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오르도록 하자.
산행코스는 영포마을~신흥사~절골~임도~축천산(705m)~임도~헬기장~전망대~647m봉~네갈래길~철탑~과수원~함포마을회관. 약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신흥사 표지석이 있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꺾는다. 개울을 따라 100m쯤 오르면 약수터가 나온다. 바로 앞에 신흥사가 있다. 일주문을 지나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천왕문 뒤로 대광전이 보인다.
잠겨있는 철대문을 비켜 농로를 따라간다. ‘푸드득’ 하는 소리에 움찔한다. 꿩 두마리가 동시에 난다. 계곡 초입의 길이 애매하지만 왼쪽에 붙어서 조금만 오르면 또렷한 등산로가 나타난다. 임도지만 잡목이 심하게 우거져 있다. 가끔씩 길이 끊기면 바위를 넘는다.
좁지만 굴곡없는 계곡이다. 얼음은 투명하다. 반쯤 언 작은 소에는 떠내려온 낙엽이 자리를 찾아 맴돈다. 떨어지지 않은 단풍잎이 지난 가을을 반추하게 한다. 따사로운 겨울 햇살아래 이런 길을 걷는다는 것은 축복이요 행복이다. 아무리 파고 들어도 계곡은 도무지 끝날줄 모른다. 그래도 산 봉우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신흥사에서 30분쯤 거리에 말라붙은 폭포가 있다. 떨어지는 물은 없어도 규모는 짐작할 수 있다. 고개를 직각으로 넘겨 봐야하는 절벽, 한여름 폭우가 쏟아지는 날은 장관을 연출했을 게 틀림없다.
계곡 이쪽저쪽을 옮겨다니며 임도처럼 편하게 걸었던 널찍한 길이 끝났다. 조금씩 험해지는 길이 산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왔음을 알려준다.
산사태가 난 지점에 선다. 계곡이 완전히 ‘뒤집혔다’. 묻혀있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무뿌리 끝에 고드름이 얼었고 작은 소에 낙엽이 떠 있지만 아름답지 않다.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산사태의 시작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처는 깊다. 쓸려나간 길 바닥이 단단하지 않다. 발길 조심.
다시 계곡을 따라 오른다. 산죽이 조금 있는 지점에서는 가파른 경사면의 산허리를 지난다. 발바닥 하나 놓기도 힘들만큼 좁은 길에 낙엽까지 쌓여 걷기가 더 어렵다. 자세를 바짝 낮춰야 한다.
![]() | |
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갈 무렵 계곡은 조금씩 메말라간다. 세차게 흐르던 물소리도 희미해진다. 깊은 계곡이라 한낮인데도 땅거미가 내린다.
물줄기가 거의 끓기는 합수지점. 물길을 버리고 정면 능선을 향해 치고 오른다. 만만찮은 경사다. 잡목이 많아 길은 사납다. 경사가 완만해지기까지는 15분. 능선 한가운데를 밟는다는 생각으로 길을 만든다.
합수지점에서 40분 정도 오르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100m. 임도를 내느라 깎아낸 부분 가운데 오르기 쉬운 곳을 찾았다. 콘크리트 포장 끝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벌목지대. 5분 정도면 축천산 능선에 붙는다.
정상에는 전봇대 하나가 섰다. ‘내포 135번’. 멀리 신불재 정상의 목장이 보인다. 그 뒤로는 가지산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등이 어깨를 겯고 있다.
목장을 등지면서 하산을 시작한다. 능선길을 따른다. 5분 뒤 도착하는 봉우리는 정상보다 시야가 트인다. 넘어서서 길을 벗어난다. 임도를 보고 오른쪽으로 틀어 내닫는다. 임도에 닿으면 임도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임도에서 봉우리를 하나 넘어 15분이면 헬기장이 나온다. 능선을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 오르막 10분 뒤 삼거리에 선다. 오른쪽으로 150m 앞에 놓칠 수 없는 전망대가 있다. 선뜻 올라서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바위. 아슬아슬하다. 아래에는 칼로 쪼개놓은 것 같은 바위가 있다.
임도 아래로 쏟아져내린 산사태가 보기 흉하다. 올려다 보던 것보다 상처가 깊다. 취재팀은 골짜기 이름을 ‘사태골’로 지었다.
다시 삼거리에서 발길을 재촉한다. 봉우리를 또 하나 넘으면 소나무 숲이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의 높이는 674.9m. 5분쯤 나가다 오른쪽으로 휘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잇따라 무덤을 몇개 지나면 다시 봉우리가 가로막는다.
이번에는 봉우리의 왼쪽 사면으로 돈다. 쏟아지는 내리막. 15분이면 안부에 닿는다. 길은 네갈래. 오른쪽은 내포로 내려서고 왼쪽은 원동 자연휴양림 입구로 연결된다. 내포로 가는 길은 희미하고 원동휴양림으로 빠지는 길은 걷기에 편하지만 꽤 돌아가야 한다.
직진한다. 살짝 올라서면 다시 능선길이다. 밀양 박씨 묘를 지나면 능선길은 살짝 치고 오르다 넓은 묘지터를 지난다. 산길은 오른쪽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철탑 두개를 잇따라 지나면 묘지와 만나고 밤나무 밭. 안부에서 오른쪽 넓은 길을 따라 내려서면 함포 마을 회관 앞. 안부 네갈래길에서 50여분이면 산행은 끝난다. / 글·사진 = 김용호기자
/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떠나기 전에]
축천산은 들머리의 신흥사를 병풍처럼 두른 산으로 마을에서는 신기등이라고도 부른다.
신흥사는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의 대광전은 조선 효종 8년(1657년)에 세워진 건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오래된 건물로 벽화와 단청이 특이하며 지붕 모양도 독특하다. 절골 계곡은 영포마을과 신흥사의 식수로 이용되며 신흥사에서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행여 계곡을 더럽히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사실 계곡의 오염은 새로운 코스를 독자들에게 소개할 때 자연을 망치지 않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축천산은 깊이 들어갈수록 산사태로 곳곳이 파헤쳐져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계곡이 속살을 드러낸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미지의 산을 찾는 근교산 동호인은 쓰레기 과일껍질 심지어 자신이 남기는 발자국 하나에도 신경을 써주기를 바란다.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축천산 산행은 자가운전으로 원점 회귀를 해도 큰 무리는 없다. 호포역 앞에서 좌회전해 낙동강 둑길을 따라 물금까지 간다. 물금에서 원동까지는 낙동강을 따라가는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는 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 2호선 종점인 호포역에서 오전 8시40분에 출발하는 137번 버스를 탄다. 700원. 원동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파출소가 있는 원동역까지는 100m. 역에서 오전 10시5분 출발하는 신흥사(영포)행 원동 마을버스를 탄다.
신흥사행 다음 버스는 오후 1시5분이므로 10시5분 버스를 타는 게 좋다. 하산 뒤 함포마을회관에서 원동행 마을버스는 오후 4시30분, 5시50분, 6시15분, 8시에 있다. 막차는 밤 8시45분. 원동에서 호포역행 137번 시내버스는 오후 3시55분, 5시40분, 8시30분에 있다. 영포에서 원동행 마을버스 운행시간표는 부산행 기차를 탈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따라서 부산까지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