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밀양,청도

코끼리봉~재약봉~향로봉

모스키오토 2007. 8. 17. 12:30
 
신사년의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지게 하는 것은 갖가지 어려움을 뒤로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다시찾는 근교산 산행팀이 새해 첫산행지로 재약산 코끼리봉~재약봉~향로봉(산) 코스를 정한 것은 가족과 함께 지난해를 반성하고 다가올 한 해를 설계하면서 걸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산길이라는 이유에서다.

영남알프스의 주릉이 아닌 지릉으로 이어지는 이번 산행길은 산악동호인들에게 아늑함과 넉넉함을 선사한다. 순한 능선으로 연결되는 데다 산길도 암릉이 없는 육산(肉山)이라 가족과 함께 나서기에도 좋다. 여기다 찾는 사람들도 많지않아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산행길은 우리 지역의 산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영남알프스 주 능선을 양쪽으로 두고 그 가운데 산길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영남알프스 산군에는 가지산, 운문산, 재약산, 신불산 등 1,000m가 넘는 일곱개의 산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높은 산들이 터를 잡고 있어 험할 것 같지만 이 산들은 찾는 이의 마음을 언제나 편안하게 토닥거려준다. 영남알프스는 어디로 오르든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며, 어디로 빠지든 사람사는 동네로 이어진다. 몇번을 찾더라도 새로운 길들이 나타나 산악동호인들을 매료시키는 것도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번에 찾은 코끼리봉(898.6�)~재약봉(953.8m)~향로봉(976m) 코스는 영남알프스의 이같은 색깔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산세가 유순하며 능선은 완만하고 산행 때 햇볕을 머리에 이고 다닐 수 있다. 그래서 날이 춥고 빙판길이 둥지를 틀기 쉬운 한겨울에도 큰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가족 산행코스다.

이번 산행코스는 「울산시 상북면 죽전마을~사자평 고개~코끼리봉~901.3m봉~재약봉~4거리~831m봉~4거리~향로봉~안부 4거리~밀양시 단장면 삼박골」로 소요시간은 6시간 정도.

 
 들머리는 찾기가 아주 쉽다. 배내골행 버스를 타고 죽전마을에서 하차해 도로변 식당가의 오른쪽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기점으로 잡으면 된다. 이 공중화장실에서 원동방향으로 10여m 떨어진 곳에 서있는 「표충사 10km, 사자평 4km, 재약산 8km」라는 표지판의 화살표를 따라 오르면 된다.

잘 다듬어진 산길이 기분좋게 이어진다. 산죽군락과 긴 가지를 뽐내고 있는 홍송 몇그루를 지나면 전망이 남다른 너럭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면 3시 방향에 간월산~신불산~영취산으로 연결되는 영남알프스의 주 능선이 어깨동무하듯 남쪽으로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만에 사자평 고개에 올라선다. 고개 아래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다는 억새평원인 사자평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승병들을 훈련시켰다고 사서(史書)는 전하고 있다.

고개 갈림길에서 코끼리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타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억새, 떡갈나무, 싸릿대가 뒤엉키면서 갑자기 길이 흐릿해진다. 그러나 조망만큼은 좋다. 잡목들이 가슴팍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 어깨너머로 태봉마을이, 오른쪽으로 사자평이 길손을 따라다닌다.

이 산행로를 지나면 떡갈나무가 머리 위까지 치솟고 싸릿대와 철쭉이 서로 엉키면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구간이 나타난다. 코끼리봉은 고개를 숙였다 폈다하는 중간에 우뚝 솟아 있다. 코끼리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억새천지로 바뀐다. 빛깔을 잃은 억새가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려 길을 찾는데 훼방을 놓는다. 하지만 억새의 흰머리를 손으로 헤쳐보면 족적이 남아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901m봉에서 내려오면 안부에서 갑자기 산색이 바뀐다. 억새평원이 여기서 끊기고 경사가 심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5분쯤 힘겹게 오르면 약무덤이라 불리는 재약봉에 닿는다. 재약봉 정상에는 별다른 표지석이 없다. 취재팀은 국제신문 리본 뒤에 「재약봉 정상」이라고 적은 뒤 나뭇가지에 단단히 동여매 놓았다.

이곳에서 주위의 산세를 살펴본다. 7시 방향에 우리가 가야 할 향로봉이 오롯이 솟아있다. 산길은 재약봉 정상을 살짝 피해 트래버스해 내려가야 한다. 재약봉 정상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면 돌아나가는 산길이 눈에 들어온다. 재약봉을 넘어 직진하면 학암폭포로 곧바로 떨어진다.

떡갈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산등성을 타고 기분 좋게 달리면 안부에 닿는다. 10여분 이어지는 평평한 언덕빼기인 이곳에서는 곳곳으로 길이 나 있다. 어느 쪽이든 왼쪽으로 가면 장선, 오른쪽으로 가면 칡밭으로 가는 길이다. 갈래길로 빠지는 유혹을 뿌리치고 직진한다.

오르막 길이 나오면 산을 트래버스해 올라간다. 831m 봉 아래서 비껴 지나간 뒤 떡갈나무와 억새숲을 헤쳐 1시간 정도 더 치고 오른다. 그동안 별다른 조망을 맛볼 수 없으므로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산행로에서 절벽이 있을 법한 옆길로 빠져보자. 숲 사이에 숨어있던 바위전망대가 곳곳에 터잡고 있다.

서서히 부채살처럼 이어진 능선사이로 햇볕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밀양댐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이어지던 순한 능선길이 잠시 암릉으로 바뀐다. 산허리를 휘감고 올라가는 길에 참나무가 머리위까지 치솟자 주위의 경관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햇볕이 가려져 음지가 생기고, 이곳에는 밤새내린 서리와 눈이 겨울산의 정취를 더해준다.

30분을 부지런히 걸으면 바윗봉인 향로봉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1시 방향 가지산, 2시 방향 간월산, 신불산, 3시 방향 영취산, 7시 방향 무척산, 9시 방향 화악산, 12시 방향 운문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향로봉 정상은 영남알프스의 일곱 영산들과 주변의 명산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인 셈이다.

하산길에는 급경사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철에는 특히 주의를 요하는 길이다. 정상을 지나 10여분 내려오면 안부 4거리에 닿는다. 직진하면 821m봉으로 잠시 올라섰다 삼거의 시전교로 빠진다. 표충사쪽으로 방향을 잡으려면 오른쪽을 택한다. 취재팀은 삼박골로 떨어지는 왼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10여분 트래버스해 내려간다. 폭이 좁고, 낙엽이 무리 지어 있는 곳이라 서두르다가는 발을 헛디딜 수 있어 위험하다. 하산하는 지능선도 경사가 만만찮다. 거의 미끄러지듯 내려와야 한다. 20여분 뒤 계곡 길에 닿으면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임도가 나온다.


 
# 교통편

밀양·언양 방면의 근교산은 부산에서 가까워 친근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오지로 들어가면 오히려 교통편이 나쁜 경우도 있다. 밀양 배내골도 잘 알려져 있으나 차편이 많지 않아 의외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탄다. 매 20분마다 버스가 있다. 요금 2천6백원, 소요시간 1시간.

문제는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다. 배내골행 버스를 타야 하지만 버스가 오전 8시45분, 오후 4시 두차례 밖에 없다. 따라서 산행을 위해서는 오전 8시 45분전에 언양터미널에 도착해야 한다. 주말에 산행을 한다면 부산서 넉넉하게 출발해야 한다. 석남사, 배내고개를 지나 죽전마을까지 요금 630원, 소요시간은 1시간이다.

삼박골로 내려와 인도를 따라 30여분 걸으면 1044번 지방도다. 이곳에서는 표충사에서 출발하는 밀양행 좌석버스를 탈 수 있다. 매 30분마다 차가 있다. 오후 7시 이후에는 7시 10분, 8시 등 2대 밖에 없다. 밀양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요금은 1천7백원.

밀양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밀양역으로 이동한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800원, 택시로는 3천원 내외. 밀양역에서 기차는 늦게까지 있다. 무궁화호 주중 할인 4천원, 주말할증 4천7백원. 소요시간은 47분이다



박병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