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밀양,청도

밀양 재약산 필봉

모스키오토 2007. 8. 17. 12:38
 


경남 밀양 재약산(載藥山·1189m)은 영남알프스의 주봉 가운데 하나다. 산세가 오묘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등산로가 여러 곳으로 뚫려 있어 근교에서는 최상급의 산행지로 꼽힌다.

밀양 울산 양산 등 3개 시의 경계선이 서로 맞물리는 지대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재약산의 산역(山域)에는 여러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사자봉을 정점으로 수미봉(須彌峰·1115.5m) 재약봉(약무덤·953.8m) 향로산(香爐山·976m) 필봉(筆峰) 등이 대체로 산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들이다. 이 다섯 봉우리를 「재약 5봉」이라 부른다. 또 일부 산악인들은 여기에 관음봉 문수봉 고암봉 등을 덧붙여 8개 봉우리를 재약산역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번 주에 찾아나선 곳은 재약산 봉우리 가운데 「막내」격인 필봉이다.

필봉은 그동안 사자봉을 오르내릴 때 한번씩 지나치는 경유지 노릇을 해왔지만, 「필봉만을 즐기는」 독립된 코스는 산악동호인들 사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구간의 전반부는 「사람의 때」가 거의 묻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이어 펼쳐지는 후반부는 「매바위」라는 웅장한 암벽이 내내 멋진 볼거리를 내준다. 또 몇 곳 전망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행로가 우거진 「숲의 터널」로 이뤄져 햇빛이 점점 강렬해져가는 요즘 산행지론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번 산행의 소요시간은 약 4시간 정도. 하산길에 매바위까지 구경하려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 구간이 짧고 급경사 지점이 많지 않아 온가족이 함께 나서기에도 알맞다. 산행구간은 밀양시 단장면 삼거마을입구(1044호 지방도상)∼정자나무∼(산길진입)∼567m봉(일명 감밭산)∼935m봉∼910.5m봉∼(매바위)∼필봉∼밀양 단장면 구천리 토굴마을 하산으로 이어진다. 하산지점은 표충사 입구.

필봉은 사자봉에서 곧장 이어지는 900m대의 주능선에서 벗어난 곳에 자리잡은데다 정상표식이 없어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하산길에 매바위를 향하는 갈림길을 지나 두 곳 정도의 바위전망대를 통과한 뒤 표충사쪽을 굽어보듯「톡」 솟아 오른 바위봉이 필봉이라는 것이 현지주민들의 설명이다. 최근 현지답사를 통해 「영남알프스 근교산 100선」을 펴낸 사진가 문태광씨도 책속에서 「붓끝의 형상」이라는 필봉의 위치를 여기로 명시하고 있다. 필봉의 높이는 해발 650∼700m 사이일 것으로 보인다.

표충사 버스정류장 직전 삼거에서 하차해 정류소 바로 곁의 마을로 이어지는 콘크리트길로 들어서면 얼마 안 가 산길이 열린다. 길 가 「산대추판매」라는 표지판을 보고 접어들면 된다. 100m 정도 가서 큰 키에 멋들어지게 휘어진 정자나무 바로 앞에서 첫 갈림길과 마주치는데 오른쪽으로 꺾어 이 샛길로 들어선다. 이내 또 한번 갈림길앞에 선다. 직진 길은 집과 집 사이로 나 있는데 이 길을 무시하고 왼쪽 길을 택해 콘크리트포장로를 따라 마을 뒤편으로 올라선다. 이 길의 포장구간이 끝나고 흙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오른쪽 산사면으로 뚫린 좁은 오르막 오솔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엉성하고 낮은 돌담을 끼고 걷다 10분만에 임도로 올라선다.

임도위를 걷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취재팀은 산길을 찾으려 해봤으나 모두 여의치 않았다. 일단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간다. 15분만에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닿으면 왼쪽 산비탈 풀밭으로 올라서서 잘 꾸며놓은 4기의 무덤을 만날때까지 올라서서 무덤 뒤로 들어선다. 무덤 뒤 첫 갈림길에서 직진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가면 산길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길을 잡고 나니 재약산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여유가 생긴다. 재약산은 신라 흥덕왕의 왕자가 이 산의 약초와 샘물을 먹고 병을 치유했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당시의 기운이 지금껏 전해오는지 수풀이 유난히 우거지고 이런저런 산나물도 눈에 많이 띈다. 능선을 탄 지 약 25분 만에 말끔히 벌목된 봉우리에 올라선다. 567m봉이다. 일명 감밭산이다. 감밭(또는 시전)은 아랫마을의 지명이기도 하다.

줄곧 「완급」이 반복되는 오르막인데 두텁게 깔린 낙엽과 짙푸르게 자란 수풀속을 걷는다. 간간히 표충사에서 올라오는 독경과 목탁소리가 들린다. 735.3m봉을 통과해 감밭산 출발 1시간30분이면 삼거리가 열리는 910.5m봉에 올라선다. 이 봉우리 올라서기 약 15분쯤 전에 기막힌 조망을 간직한 전망대를 지난다. 이곳에 서면 정면의 향로산, 그 왼쪽 수미봉 재약봉 등의 경치가 찌든 심신을 치료하는 「약」처럼 느껴진다. 왼쪽 아래의 거대한 절벽 매바위의 조망도 멋지다. 꼭 머물렀다 가야할 곳이다.

조망이 막힌 910.5m봉 정상에서 오른쪽 갈림길로 빠지면 하산길이 열린다. 10여분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열린 갈림길과 마주친다. 취재팀이 「매바위 가는 길」이라는 리본을 달아놨다. 이 길로 10여분 가면 「황금과 매」의 전설이 깃든 매바위에 직접 올라볼 수 있다. 하지만 천애절벽이라 어린이를 동반한 산행이라면 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매바위쪽으로는 하산길이 전혀 없으므로 반드시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야 한다.

하산을 계속하면 바위전망대를 두곳 지나 곧 필봉으로 올라 선다. 바위전망대에서 돌아보는 매바위의 장관도 만만찮은 볼거리다. 30분 정도 내려서면 흑염소 방목용 철조망지대를 통과하는데 두 군데의 출입문은 반드시 도로 닫아놓는 에티켓을 잃지 말자. 마지막 출입문을 지나 5분이면 토굴마을의 「뫼두막산장」앞으로 내려선다.

# 교통편

이번 산행의 교통편은 열차편을 이용하는 「경부선 산행」이며 초입과 하산지점은 모두 밀양 표충사 부근이다.
우선 밀양까지 열차편으로 들어간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는 오전 5시30분부터 6시15분 6시45분 6시55분 7시15분 7시30분 8시15분 8시35분 9시15분 등. 기본요금(월요일및 금요일 오후 6시 이전) 4천1백원, 할인요금(화 수 목) 3천7백원, 할증요금(금 오후 6시이후및 토 일) 4천5백원. 40∼50분 소요.

밀양역에서 버스편으로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500원.

시외버스터미널서는 「표충사행」버스를 타고 단장면 「삼거」버스정류소에 내리면 된다. 「표충사」정류소 닿기 직전이다. 30분 소요. 오전 7시30분 8시20분 10시 10시30분 11시 11시40분 등 하루 20회 운행.

하산해서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마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뫼두막산장」이다. 이 일대는 표충사 바로 아래의 집단시설지구 부근이다. 밀양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선 마을앞 도로를 따라 10여 분 더 걸어내려와 표충사집단시설지구 버스정류소까지 나와야 한다. 오후 시간대는 1시10분 1시40분 2시40분 3시 3시30분 4시 5시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10분 8시(막차)등에 있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밀양역까지 되짚어 나와 열차편을 이용한다.



조봉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