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밀양,청도

밀양하서산-창녕영취산

모스키오토 2007. 8. 17. 12:42
 


들과 산 어디서나 따사로운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이 맘때의 자연은 저마다 독특한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 근교산을 찾는 발길에 거치게 되는 농촌의 논과 밭들에서는 포근한 지기(地氣)가 느껴지고 산행 초입과 낮은 능선의 나무가지 끝에는 봄물이 오르기 시작해 터질듯한 망울들이 맺혀있다. 침엽수 종류를 제외하고는 아직 푸른 봄옷으로 옷을 갈아입은 수목은 적어 여전히 능선 곳곳은 무채색이건만 한결 윤기가 돌기 시작한 산. 산길 굽굽이 봄을 호흡하며 걷는다.

경남 밀양시 무안면에서 출발해 면소재지의 뒷산인 하서산(375.4m)을 올랐다가 산길을 길게 타고 창녕의 이름있는 봉우리의 하나인 영취산(739.7m)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소근소근거리듯 솟아오는 새 계절, 봄을 느끼기에 좋은 코스였다.

능선의 낮은 곳에서 시작해 굴곡진 오르막내리막 구간을 반복해서 거쳐가며 서서히 높아지는 산길을 타다보면 어느새 온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때 타지 않은 묵은 숲과 경쾌한 낙엽구간, 전혀 사납지 않은 잡목구간을 맑은 새소리와 함께 통과하는 것도 감칠맛이 느껴진다.

이번 코스의 한가지 단점은 시원스런 조망이 열리는 포인트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산행의 막바지인 창녕 영취산 정상 직전과 직후에 다소 소박한 전망대 두어군데가 자리했을 뿐이다. 조망보다는 훈훈한 땅기운을 느끼며 걷는 맛이 이번 산행의 특징이라 할만하다. 비교적 가볍게 다녀올 수 있지만 갈수록 고도가 높아져 초반에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다.

산행경로는 밀양시 무안면 면소재지 하차∼표충비(사명대사유적지)∼천주교밀양교회무안공소∼(산길진입)∼주민체육공원∼하서산 정상(우회)∼472m봉∼461.1m봉∼임도∼심명고개∼영취산 정상∼극락암을 거쳐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하산으로 이어진다. 6시간30분 소요.

밀양에서 버스편으로 무안에 도착하면 약 100m 차가 왔던 길을 되짚어 걷는다. 길가 왼쪽에 표충비(表忠碑·경남유형문화재 15호)가 있다. 임진왜란때 의병장으로 큰 활약을 한 사명대사의 업적을 기려 조선 영조대에 세워진 이 비석은 「국난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린다」는 이야기로 일반인들에겐 친숙하다. 무안은 사명대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표충비 정문앞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골목길로 들어선 뒤 「무안흑염소」라는 간판을 보고 곧장 오른쪽 샛길로 꺾었다가 바로 앞의 붉은 벽돌집 벽에 걸린 「천주교밀양교회무안공소」라는 표지판의 방향지시대로 간다. 무안공소를 지나치자마자 「앙경문(仰景門)」이라는 현액이 걸린 고택 대문앞에서 길이 좌우로 나뉘는데 왼쪽길을 잡으면 정면에 붉은 벽의 고풍스런 기와집을 지나치게 된다. 이 고택 뒤부터 산길이 시작된다.

초입은 콘크리트오르막이다. 산등성이쪽에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체육공원이 마련돼 있어 이른 오전에는 오르내리는 주민들과 쉽게 마주치곤 한다. 잠깐 올라서 1기의 묘지가 보이는 지점에서 콘크리트길을 버리고 오른쪽 바위를 밟고 올라선다. 15분가량 넓직한 오르막길 끝에 체육공원에 닿는다. 길을 따라 왼쪽으로 꺾어 능선으로 올라선다.

지금부터 능선위에서 숱한 무덤들을 만나게 되며 길은 S자로 이리저리 휜다. 낙엽이 짙게 덮힌 잡목숲길이지만 방향이 일정해 진행이 어렵지는 않다. 20분 정도 뒤에 야트막한 봉우리 바로 아래서 길이 갈라진다. 직진해서 올라가면 하서산 정상이다. 이번 산행에서는 왼쪽길로 내려서면서 봉우리는 우회키로 했다. 조망도 시원찮고 「오른다」는 의미도 크게 못느낄 정도의 높이였기 때문이다.

이 길을 내려선 뒤로 인적없는 묵은 숲길과 바삭거리는 낙엽길을 계속 걷는다. 군데군데 묵은 묘지군을 거친다. 평평한 숲속 구간에서 길이 애매하기도 하지만 국제신문리본을 참조해가면 큰 어려움은 없다. 오르락내리락 숲속길을 계속해서 걷다 1시간 30여분 만에 능선 한 곳에 올라서자 비로소 정면으로 조망이 터지면서 「산 위」에 올랐다는 실감이 든다. 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탁 트인 경치를 왼쪽에 끼고 낙엽길을 걸어간다. 50여분 기분좋은 낙엽구간을 헤쳐나가자 앞쪽이 훤해지면서 임도에 내려선다. 이 임도는 창녕 옥천쪽의 심명골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내려선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 임도를 따라 15분여 진행하면 맞은 편에서 한갈래 길이 더 올라오는 삼거리다. 왼쪽으로 꺾어 「창녕상수원 수질보전위해 차량통행 금함」이라는 안내판 뒤 샛길로 올라서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여기부터는 창녕 영취산 권역이다. 헬기장 1곳을 통과하자 「부곡온천 9.8㎞ 옥천매표소 6㎞」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이 고개가 심명고개.

여기서부터 영취산 정상까지 산행후반부에 동반되는 체력소모를 감수해 한다. 30여분 만에 도달하는 영취산 바로 아래 봉우리까지는 주변 영축산 병봉 등 다양한 봉우리들이 열병하듯 서 있어 조망이 시원하다.

심명고개 출발 55분 정도만에 마지막 오르막을 「치고」나면 삼각점이 있는 영취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은 잡목이 무성해 조망을 가린다. 하산길에 비교적 깔끔한 전망대 1곳이 있다. 진행방향 기준으로 직진해 하산을 시작하면 10여분만에 오르막 앞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어디로 가든 하산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꺾어 골짜기로 내려서면 20여분 만에 고려시대의 고찰인 극락암앞으로 내려선다.

▲산행정보 문의=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051-500-5151) 또는 이창우 산행대장(백두산장 051-852-0254)


# 교통편

경남 밀양까지는 열차편으로 간다.

부산역에서 밀양까지 오전 6시15분 6시45분 6시55분 7시15분 7시30분 8시15분 8시35분 등.

요금 기본 4천1백원(월 금 오후 6시 이전) 할인 3천7백원(화 수 목) 할증 4천5백원(금 오후 6시 이후및 토 일요일). 열차운행시간표 검색 www.korail.go.kr 밀양역에서 버스편으로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야한다.

역전에 버스가 많다. 500원. 산행초입인 무안까지는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40분 7시50분 8시20분 9시20분 10시10분 등 하루 13회 운행. 650원. 20분 소요. 주의사항 한가지.

「무안·구기」행 차표를 구입해야 하며 「무안」이라는 팻말쪽 차가 아니라 「구기」라는 팻말쪽의 차를 타야하는 경우도 있다. 안내원에게 문의하는 편이 좋다. 부산발 7시15분 열차가 무안행 8시20분 버스와 바로 연계된다. 창녕 관룡산 아래 옥천리로 하산해 마을버스정류소에서 창녕행 버스를 기다린다.

하루 6회 버스가 다니며 오후 시간대는 4시와 6시10분에 있다. 1천원. 창녕시외버스터미널은 이 버스의 종점이 아니므로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창녕∼부산간 버스는 하루 19회 다닌다. 오후 4시 4시50분 5시30분 6시 6시50분 7시40분 8시30분(막차) 등의 차편을 이용할 수 있다. 4천8백원. 1시간 10분 소요.



조봉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