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오토 2007. 8. 17. 13:31



 

 
근교산은 저 혼자 뚝 떨어져 있지 않다. 가까이 마을 한두 곳은 끼고 있고 그 곳 사람들의 삶터 구실을 한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기 마련이다. 나무꾼들이 올라올 리도 없고 등산객들의 발길을 유혹할 재주도 못갖춘 이 근교산들은 지 금도 여전히 `선산 지키는 굽은 소나무'처럼 그 자리에들 묵묵히 앉아있다.

하지만 오래전 사람 발길이 끊긴 이 평범한 앞산뒷산들이 간직한 신선함과 깨 끗함은 종종 경험많은 산꾼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겨준다. 밀양 칠탄산(480m)은 그 옛적 큰 지게를 지고 한 짐씩 나무를 하러다니던 `돌쇠'와 `마당쇠'의 체취 가 느껴지는 산이다.

마을 깊숙히 들어가야 열리는 산길이 그렇고 높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산행로가 주는 느낌도 그렇다.

아직 윤기를 잃지 않고 푹신하게 길을 덮고 있는 낙엽과 `높지도 못한 산이 어찌 이럴까'싶을 정도로 울창한 숲. 한겨울이건만 이 곳은 가을같다.이번 산행은 밀양 산외면 다원마을 산외면사무소앞 버스정류소를 기점으로 삼 는다. 기점-구순교-칠탄산(-초대형바위)를 거쳐 단장면 법흥리 법산마을로 하 산하는 간단한 코스다. 산행시간이 3시간-3시간30분 정도에 불과해 누구나 쉽 게 다녀올 수 있다.

산행이 짧은 반면 한적한 농촌길을 오래 걸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교통이 약간 불편한 것이 흠.산외면버스정류소에서 차를 내려 굴다리가 보이는 오른쪽 다원마을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면 이미 산행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너 른 들판사이로 농촌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다보면 마을로 들어선다.

다원교회를 지나 밀양강의 지류인 동천을 가로지르는 짧은 다리 구순교를 건너면 바 로 왼쪽으로 산행로가 열린다. 맞은편으로는 넓은 대추나무밭.진입로는 가파르지 않고 얼마 전에 간벌을 끝낸 듯 말끔하다.

능선으로 올라붙 는 과정이 따로 필요없이 초입 자체가 능선길로 시작한다. 그만큼 길이 단순하 다는 의미도 된다.5분쯤 오르다 보면 무덤 2곳을 지나는데 직진한다는 기분으로 가야 한다. 20-25분 쯤 더 가면 능선이 조금씩 평평해지기 시작한다. 길이 또렷하고 쉬워 숲의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만큼 여유롭다.

짙으면서도 햇살을 받아 아늑한 것 이 혼자 걷기 아까운 멋진 숲길이다. 잡목이 우거지면서 조금씩 발길을 막는 구간도 잠깐. 출발해서 40분쯤 지나면 또렷한 왼쪽길과 희미한 오른쪽길로 갈 라지는 갈림길이 나선다.

또렷한 왼쪽길이 능선길.10여분쯤 후엔 커다란 바위 하나를 옆으로 돌아 오른쪽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정상이 가까와지는지 경사가 조금 가팔라진다. 이 지점에서는 숲 사이로 동천 물줄기와 산아래 마을의 경치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풍광이 이어진다.

마을과 가까운 터라 주민들에게 전하는 스피커방송소리와 농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손 에 잡힐듯 들리는 것이 오히려 정겹다.두텁게 낙엽이 쌓여 발목이 푹푹 빠지는 내리막길을 20여분 가다가 다시 10여 분 오르막을 걸으면 칠탄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특이한 표식도 없고 나무들에 가려 조망이 썩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함박눈처럼 쌓인 노란 낙엽융단이 반겨준다. 시야가 조금 트인 쪽으로 정면의 전망을 살피면 멀리로 재약산 사자 봉 수미봉이 선명하고 가장 뒷쪽에 가지산 정상까지 볼 수 있다. 쌍안경이라도 있다면 눈 쌓인 수미봉 정상 모습을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진행방향으로 곧장 내려서면 하산길이 열린다.

길은 내려가면서 왼쪽으로 조금 씩 휘어지는데 15분쯤 걷다 숲속에 자리한 묘지(무덤앞에 단을 쌓아놓았다)를 통과해 갈림길과 마주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10분쯤 내려서면 다 시 갈림길. 하산길은 마을이 보이는 왼쪽길이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5분만 더 들어간다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이런 야산에 도무지 어울리 지 않는 규모다. 바위위에 올라서면 탁 트여 시원한 마을경치가 한눈에 말끔히 들어온다. 바위를 내려서 왔던 지점으로 돌아가 30분 가면 단장면 법흥리 마을 로 하산이다. 마을은 한없이 고즈넉하다.


# 교통편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 안법.감물리행(하루 5회) 또는 남명리.표충사행 버 스를 타고 다원마을앞 하차. 택시요금은 미터기로 9천원. 돌아올 때는 법흥리 법사마을에서 금곡까지 1시간 가량 먼길을 걸어가야 밀양시외버스터미널행 버 스가 있다. 트럭이라도 잡아탔다면 일단 금곡3거리까지만 갈 수 있어도 만사형 통. 3거리에서 버스정류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조봉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