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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차츰 표정을 갖는다. 울긋불긋한 연지 곤지를 찍기도 하고 짙은 갈색으로 입술을 그리기도 한다. 벌써 골깊은 곳은 잘 숙성한 와인빛으로 물들었다. 이래서 가을산행은 마음마저 포근하다.
이번주 근교산은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1240m)을 찾았다. 산행시간 5시간 정도, 그다지 험한 길도 아니면서 적당히 땀나는 수더분한 코스.
자가용을 이용할땐 부산서 경부고속도로 언양IC에서 나와 밀양행 24번 국도를 탄다. 석남터널을 지나 제일관광 용수골유원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다. 입장료 어른 4백원,청소년 300원 주차료 2천원.
대중교통을 이용할땐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첫차 오전 6시 30분 20분 배차.차비 1천9백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탄뒤 다시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를 타고 석남터널을 지나 용수골유원지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산행기점은 용수골 유원지 매점을 지나 화장실앞에서 시작한다. 화장실 오른쪽 용수골 계곡을 따라 길을 잡는다.
이 길은 옛날 산내면쪽 마을사람들이 지금의 석남터널이 뚫리기전 언양장을 보러 다니던 옛길. 장이 서는 날 새벽 남포불을 들고 마을을 출발, 날이 밝으면 계곡이 끝나는 지점인 밀양고개에 남포를 숨겨두었다.
그리고는 석남사계곡으로 해서 언양으로 내려가 장보기를 끝내고 다시 귀가길 저녁에 이곳에 이르러 남포를 찾아 불을 밝혀 집으로 돌아오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밟았던 정겨운 산길이다.
일상사 이것 저것 생각하며 호젓하게 걸어보자. 가을산은 벌써 곱게 치장하고 계곡아래까지 마중나와 있다. 10여분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지만 신경쓰지 말고 계곡 윗쪽으로 직진한다. 오른편에서 따라오는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30분쯤 걷고 나면 따라오던 계곡이 눈앞에 턱 드러눕는다. 계곡 가운데를 따라 가다 노란 국제신문 리본을 따라 길을 다잡는다. 이제부터 길은 조금씩 경사길. 길주변에는 키작은 산죽이 포근한 모습이다. 밀양고개 바로 아래까지 계곡을 왼쪽이나 오른쪽에 두고 따라 간다.
자칫 잃기쉬운 길목에는 국제신문 리본이 두세개 붙어있어 안심해도 좋다. 1시간 10분쯤 지나면 커다란 아름드리 돌밭인 너덜지대로 들어서게 된다. 이 너덜지대는 30분 정도면 통과하고 이번에는 사람의 키만큼 큰 산죽속으로 길은 이어진다.
10여분 정도 오르면 하늘이 열리고 맨살의 흙길. 머리위로 가지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오르면 밀양고개 사거리. 오른쪽으로 꺾으면 석남재로 향하는 중봉능선이고 직진하면 석남계곡으로, 언양으로 빠지는 장터가는 옛길이다.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이제 길은 걷기 쉬운 능선길. 동편 저너머 쌀바위와 귀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석남사쪽으로 단풍이 차츰 물들며 내려가고 있다. 멀리 보이는 들녘은 황금빛이다.
20분 정도 오르면 가지산 정상. 가지산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고헌산과 능봉산이 보이고 서쪽으로 운문산 북쪽으로 지룡산 남쪽으로는 사자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은 철거한 찻집의 잔해가 지저분하다.
정상 서쪽 두개의 헬리포트가 있는 사이에도 쓰레기가 20여t쯤 쌓여있다. 관에서는 무엇하는지. 그래도 주변에는 은빛 억새의 군무가 일품이다.
하산길 전망바위까지는 20여분이면 충분하다. 전망바위 위에서 한숨돌리며 아래를 보면 조금전에 지나왔던 용수골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바위에서 약 5백m쯤 가면 갈림길. 직진하면 아랫재로 해서 운문산 가는길이고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구룡소폭포로 향한다.
왼쪽길로 30분 정도 내려가면 다시 사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백운산 정상쪽이고 오른편으로 가면 밀양시 산내면 중양 상양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꺾어 30분쯤 더 내려가면 구룡소폭포가 나온다. 수량이 그다지 많지않아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이무기가 벼랑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같다. 10분쯤 내려오면 화장실 왼편으로 산행은 끝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