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밀양,청도

밀양 보두~낙화~중산

모스키오토 2007. 8. 17. 19:57
명산에 가려 빛바랬지만
탁 트인 풍광은 으뜸일세
엄광사서 원점회귀 5시간10분 소요
가파르게 오르면 능선 모두가 전망대
발아래는 미리벌의 속살이 훤히 비쳐

 
  임진왜란때 한 여인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사실 이곳은 등산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사진을 위해 낙엽길을 헤쳐 잠시 포즈를 잡았다. 낙화암 아래 일자능선이 산행팀의 진행방향. 낙화암 바로 옆 봉우리가 중산이고 사진 우측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석이바위(봉)이다.
밀양 청도쪽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를 다녀온 산꾼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지도상으로 사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왜 이렇게 빙 둘러둘러 들머리를 찾아가야 되는지를.

국토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가 지름길인 밀양 대신 천년고도 경주를 경유해 대구로 진입하다보니 오랫동안 밀양 청도쪽은 소외지역으로 남았다. 그렇다 보니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24번 국도~석남사~얼음골 입구 ▲경부고속도로 양산IC~신불산공원묘지~밀양댐~표충사 입구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25번 국도~수산대교 ▲경부고속도로 남양산IC~물금~원동~삼랑진을 거쳐 밀양으로 가든지, 하여튼 목적지에 따라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기름값은 물론 오가는 시간, 여기에 초행자의 경우 길을 못찾아 헤매야만 했던 고통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같은 기간 타 지역 우리 산하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포항대구 고속도로 등이 잇따라 개통돼 밀양 청도가 본의 아니게 점차 '오지 속의 오지'로 전락해버렸다.

시간이 흘러흘러 2006년 설을 앞둔 오는 25일 밀양 청도를 경유하는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앞서 개통된 텅 빈 고속도로보다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훨씬 먼저 뚫렸어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밀양이 고향인 부산의 한 산꾼은 "내고장만 먼저 생각하는 일로 치부될까 한편으로 꺼림칙하지만 무엇보다 통행량 물류비 등 국가적 차원에서 과연 고속도로의 우선 순위가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됐는지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주 산행지는 밀양의 보두산~낙화산~중산. 밀양시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지만 의외로 숨은 산이다. 들머리인 산외면 금천리 엄광사 인근은 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에서 차로 5분 거리여서 고속도로 개통의 최대 수혜지다. 통상 산행은 긴늪유원지 인근 송림휴게소에 출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을 거쳐 꾀꼬리봉으로 내려오지만 이럴 경우 원점회귀가 불가능한데다 산행시간이 최소 8시간 이상 소요돼 전망이 좋은 몸통 부분만 발췌했다.

산행은 엄광사~산신각~너럭바위 전망대~보두산(562m)~낙화산(597m)~안당골 갈림길~중산(643m)~삼각점 봉우리(석이바위봉)~벌목지대~안당골마을 입구 지나~엄광사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안팎이며 들머리만 잘 찾으면 이후 산행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엄광사에서 50m쯤 오르면 갈림길. 왼쪽 산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단을 건너면 곧장 산길이 시작된다. 입구에 가건물이 하나 있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호랑이 위에 앉아있는 산신령이 보인다. 산신각 또는 마을제당으로 추정된다.

초장부터 오르막길의 연속. 10분 뒤 너럭바위 전망대. 발아래 저수지가 꽁꽁 얼었다. 어릴 적 썰매타던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앞으로 오를 보두산 낙화산 중산이, 오른쪽엔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연속인 비학산과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한 눈에 펼쳐진다. 비학산 뒤로는 종암산과 옥교산 화악산도 확인된다. 오름길이지만 전망이 좋아 힘든 줄 모른다.

20분 뒤 큰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왼쪽으로 에돌면 갈림길. 왼쪽은 비학산에서 올라오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얼마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카키색 낙엽길이다. 한굽이 올라서자 더 큰 바위. 오른쪽으로 에도는가 싶더니 길이 막혀 바위 사이 틈새길로 타고 오른다.

경사진 전망대를 지나면 오른쪽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건너편 봉우리가 중산, 그 오른쪽이 꾀꼬리봉이다. 또 한굽이 오르면 양지바른 무덤 둘. 이때부터 능선길 모두가 전망대. 가만히 보니 비학산으로 터널이 지나간다. 아! 정기 빠지는 소리. 이어지는 암릉길. 제법 만만찮다. 잠시 좁은 바위 전망대. 남으로 산외면 들판에 비닐하우스가 햇빛에 반짝이고 울퉁불퉁한 금오산과 안테나가 서있는 만어산이 확인된다. 숨고르기를 한 후 급경사길을 치고 오르면 보두산 정상. 옛 헬기장으로 잡풀만 무성하며 정상석은 없다. 참고하길.

 
  보두산 전망대에서 본 전경. 발아래 크고 작은 봉우리가 비학산이고 그 뒤로 종남산 우령산이 확인된다. 새로 개통된 대구·부산 고속도로도 보인다.
낙화산 정상까지는 불과 20분. 내려섰다 한번 올라오면 된다. 대신 송림 사이로 부는 칼바람이 아주 매섭다. 낙화산에도 정상석이 없다. 대신 어른 무릎 높이의 돌탑이 서 있으며 누군가가 검은색 매직으로 '597m'라고 친절하게 적어놨다. 정면엔 향후 도달할 능선이 보이고, 그 능선 왼쪽에 비로소 영남알프스가 시야에 들어온다. 능선 왼쪽 백암봉, 그 뒤 누런색 봉우리가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그 앞으로 구천산, 그 오른쪽으로 영축산 함박등 죽밧등 향로산이 펼쳐져 있다.

하산길은 반듯하다. 15분 뒤 안당골로 빠지는 갈림길. 이 길로 하산해도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직진한다. 낙엽길이다. 왼쪽 소천봉과 오례산성, 그 아래 동창천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15분이면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 자세히 보니 크고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만만찮은 능선길이다. 뒤로는 방금 지나온 보두산과 낙화산.

밧줄을 붙잡고 내려오고, 이어 크고 작은 바위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부드러운 솔가리와 낙엽길도 잠시 이어진다. 아직 붉은 빛이 선명하게 남은 낙엽길에선 잠시 발걸음이 멈칫한다. 이때부터 10여분 숨이 턱에 찰 만큼 급경사길을 오르면 한순간 리본이 지천인 지점을 만난다. 중산 정상이다. 역시 정상석이 없다. 여기서 20분 능선길로 내달리면 발 아래 삼각점.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일명 석이바위봉(685m)이다. 석이버섯이 많다고 하는데 확인이 안된다.

삼각점에서 곧바로 갈림길. 직진하면 꾀꼬리봉, 산행팀은 오른쪽 능선길로 본격 하산한다. 애초엔 산길을 내기 위해 나무를 벤 흔적이라 생각했지만 중간쯤 길이 사라져 고생한다. 노란 리본을 보며 크게 우측 안당골 방향으로 향한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자. 50분쯤 뒤 옛 무덤을 지나면서 오른쪽 저멀리 마을이 보인다. 10분 뒤 다리를 건너 마을로 향한다. 안당골마을 입구를 지나 20분쯤 포장로를 따라 걸으면 들머리 엄광사에 닿는다. 삼각점 갈림길에서 대략 1시간20분 걸린다.


 

지도참조

http://www.kookje.co.kr/news2006/asp/photo_print.asp?img_fn=20060113.22031164926i3.jpg&key=20060113.22031164926

# 떠나기전에
- 임란때 몸을 던진 여인의 전설 간직한 낙화산

산행팀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의 본사격인 고속도로 유지관리사무소의 협조로 미리 새 고속도로를 달려 밀양IC로 나왔다. 출발전 밀양관광안내도나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 홈페이지(dbway.co.kr) 어느 곳에도 아직 고속도로 나들목(IC) 위치와 산이 함께 표기돼 있지 않아 보두산 들머리와 밀양IC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막상 나들목을 나와 보니 차로 5분 거리였다.

향후 새 고속도로 나들목과 주변 산이 함께 그려진 지도가 발행될 경우 접근성의 편리함에 따라 산꾼들이 찾는 봉우리 또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고속도로를 탈 경우 남밀양IC를 지나 가곡터널을 통과하면 이정표 뒤로 왼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 꾀꼬리봉이 한눈에 펼쳐진다. 참고하길.

낙화산과 보두산의 이름이 명명된 사연이 재밌어 소개한다. 임진왜란때 왜군을 피해 산으로 피신한 한 여인이 결국 발각되자 절벽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그 바위가 낙화암이고 이후 산이름도 낙화산으로 불렸다. 보두산은 옛날 중국의 고관 보담이 나라에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한 곳이 이곳이란다. 보담산이라고도 한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오전 9시 엄광리행 버스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 차를 시작으로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30분 걸리고 5400원. 밀양터미널에서 산외면 엄광리 다촌(동)행(일명 중촌) 버스를 타고 엄광사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 단 한차례. 1100원. 엄광사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15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밀양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0분, 6시, 6시40분, 7시3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도 된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 열차는 45분 걸리며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소요된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 국도 우회전~금천리~굴다리 통과~T자 갈림길에서 금천리 방향~2급 지방하천 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참고로 새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가 연결되는 중간지점인 대동분기점(JCT)에서 진입한 후 상동 삼랑진 남밀양 밀양 청도 수성 동대구IC 순으로 열린다. 대동분기점에서 밀양IC까지는 35.5㎞, 25분 안팎 걸린다.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밀양 진영 14번 국도~부산 밀양~밀양 수산 25번 국도~수산대교~대구 밀양 시청 공설운동장 25번 우회전~얼음골 표충사 우회전~밀산교 건너 산외방면 우회전~울산 언양 금천리~굴다리~금천리 남기리 좌회전~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