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산길에는 생명의 소리가 배어 있다.
이번주 산행은 새봄 속삭임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산을 찾아 떠났다. 취재팀이 찾은 곳은 울산과 양산시의 젖줄, 울주군 대운산(大雲山)이다.(사진-대운산 계곡길에는 크고작은 폭포와 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초입에서 만난 폭포를 지나고 있는 근교산 취재팀.)
대운산은 높지 않지만 긴 계곡을 끼고 수려한 소와 폭포가 자리 잡고 있다. 개울마다 물이 맑고 풍부한 덕에 어느 산보다 작은 산짐승이 많다. 이때문에 초입부터 자연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정상으로 다가 설수록 힘찬 암봉지대가 펼쳐진다. 멧부리에 오르면 동해안이 훤히 펼쳐져 시원스런 풍광도 즐길 수 있다. 하산길에는 몽우리를 튼 진달래와 철쭉 군락이 터잡고 있어 다음 주말이라면 지천으로 깔린 진분홍 축제를 기대해도 좋으리라.
산행구간은 ‘울주군 상대마을 버스주차장~애기소~삼거리~도통골~계곡삼거리~용심지(큰바위)~대운산(742m)~헬기장~대운암~탑골저수지~양산시 용당마을’이다. 소요시간은 4시간 전후. 산길은 넓고, 오르내림도 적당해 체력 부담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한나절 봄나들이로 가볍게 나서기에 좋은 곳이다.
이번 산행은 버스하차 지점이 바로 들머리다. 남창역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인 상대마을의 대운산 휴게소에서 내린다. 산행로 입간판 옆으로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산불방지기간 동안 초소에서는 등산객들의 신상명세를 기록하고 있다. 초소를 지나 대운교를 건넌다. 3거리 임도에서 ‘대운산 정상(4.5㎞)·애기소’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꺾어 계곡 길로 들어선다. 만약 직진하면 내원암을 거쳐 대운산 제 2봉으로 올라설 수 있다.
계곡길을 따라 500여m 가노라면 옥수가 고여있는 애기소를 만난다. 애기소를 지나면 두개의 이정표가 서있다. 큰길을 따라 직진해 도통골 쪽으로 길을 잡도록 한다. 만약 왼쪽으로 내려서면 박치골과 장안사로 빠진다.
20여분 너른 임도를 따르면 야트막한 폭포가 나타난다. 2m 높이의 이 폭포에는 봄기운을 타고 흘러내린 물방울이 모여들어 빛깔고운 소를 이루고 있다. 청량한 계곡길을 타고 20여분 더 지나면 삼거리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길을 꺾는다. 오른쪽은 대운산 제 2봉으로 가는 길.
5분쯤 뒤 계곡 길이 잦아질 즈음 또하나의 갈림길을 만난다. 이번 산행의 중요한 갈림길이다. 취재팀은 비탈을 따라 올라가는 좁은 길을 타기로 했다. 너른 임도를 따라 직진해도 정상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오른쪽 길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밋밋하고 재미도 없을 것이다.
오른쪽 오르막은 정상까지 1.6㎞구간이 경사급한 치받이길이다. 모롱이가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로 봄볕에 땀깨나 흘릴만 하다. 청송이 도열한 능선에 잠시 잠깐 오를 때야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다.
40여분 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좁은 산길에 올라선다. 이곳부터 희끗희끗한 암봉들이 고개를 드러낸다. 3개의 암봉이 차례로 솟아있다. 가운데 너른 평지를 가진 암봉이 큰바위로 ‘용심지’라 불리는 곳이다.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수도를 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용심지 주변은 축대가 곳곳에 남아있는데 바로 아래에 샘터가 자리하고 있어 절터 흔적임을 추측하는데는 어렵지 않다.
용심지를 지나 3번째 바위봉에서 이어지는 오르막길도 녹록치 않다. 거리로는 500여m에 불과하지만 워낙 경사가 급해 20여분은 족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 마지막 고비를 넘기면 대운산 정상이다.
멧부리에는 2m 높이의 거대한 정상석이 서 있다. 삼각점이 박혀 있기에 훤히 트인 주변 경관을 방위를 확인하며 돌아볼 수 있다. 동쪽으로는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보이고 그 너머 쪽빛 동해바다가 반짝인다. 남쪽으로 달음산 시명산이, 서쪽으로는 천성산과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이어져 있다.
하산길은 두 갈래다. ‘대운산 제2봉, 용당리’가 씌어진 이정표를 따라가는 북쪽 길과 박치골 시명산으로 가는 남서쪽 길이 있다. 취재팀은 북쪽으로 내려섰다.
철쭉을 헤치고 150여m를 내려가면 헬기장이다. 대운산 제2봉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만약 직진한다면 헬기장을 지나 서창으로 떨어진다. 100여m 아래 삼거리에서 또하나의 표지판을 만난다. 왼쪽 용당리로 방향을 잡는다.
산길은 다시 계곡을 만나 물길을 따라 흘러내린다. 물소리가 서서히 굵어지더니 검푸른 소와 폭포가 나타난다. 폭포는 초입만큼 물이 많지 않지만 낙폭은 더 크다. 푸른 물소리에 주변 산비탈의 철쭉과 진달래가 잠을 깬 것일까. 당장이라도 터질 듯 한껏 물오른 꽃봉오리를 보니 곧 자줏빛으로 흐드러져 있을 꽃길이 눈에 선했다.
계곡을 따라 20여분 내려가면 대운암 절집이 왼쪽 어깨 위로 보인다. 대운암을 지나 10여분이면 너른 임도를 만난다. 임도에서 ‘용당, 탑자골’ 이정표를 따라 200여m 내려가다 임도서 빠져 나와 오른쪽 샛길로 떨어진다. 샛길 300여m 아래에서 개울 건너 시멘트 포장 임도를 만난다.
내리막 길을 따라 가면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한 쇠사슬 구조물이 있다. 왼쪽으로 틀어 오솔길로 들어선다. 가벼운 마음으로 걷다보면 임도와 다시 만난다. 임도를 따라 캠프야영장, 탑골저수지를 지나 1시간쯤 내려가면 7번 국도에 닿는다.
<과거엔 불광산으로 불려>
대운산(大雲山)은 동국여지승람과 오래된 읍지(邑誌)에는 불광산(佛光山)이라 표기돼 있다. 불광산에 대해서는 몇가지 해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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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원효대사의 수도지였으므로 ‘부처님의 은광’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이곳에는 용심지에서 도를 닦던 원효가 판자를 날려 위기에 처한 당나라 승려를 구했다는 척판암 설화와 그가 이 골짜기에서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설화가 서려있다. 그래서 골마다 척판암 대운암 내원암 시명사 등 많은 암자가 자리하고 있다.
또다른 주장은 불광산의 ‘불’을 성읍(城邑)이나 도시를 뜻하는 벌(伐) 불(弗) 불(火) 부리(夫里)의 음차로 보아 ‘밝은 성읍터 산’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온양면은 삼한시대 진한 땅에 속했다. 대운산 정상에는 부족국가 시대의 성터가 있고 이 지역에 많은 고분군이 발견된 만큼 불광산은 온양면을 바탕으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교통편>>
이번 산행은 기차를 타고 떠난다. 동해남부선 차창 밖으로 쪽빛 동해바다와 아름드리 해송들을 느긋하게 감상해보자.
부산역에서 남창행 기차를 탄다. 오전 9시55분에 통일호가 출발한다. 요금 2천1백원.
새벽산행을 즐기려면 오전 6시52분 부전역발 통일호를 타면 된다. 기차는 동래역 해운대역을 지나간다. 남창역에서 나오면 오른 쪽에 버스승강장을 겸하는 슈퍼가 있다.
상대행 버스가 오전 6시45분, 7시45분 등 1시간 간격으로 12회 운행한다. 052-238-5430. 700원. 15분 소요.
산을 내려오면 양산시 용당마을이다. 147번(교대역 종점), 127번(노포동 종점) 등 좌석버스가 밤 11시20분께까지 수시로 운행한다. 요금 1천2백원.
하산길에 가족, 연인끼리 들를만한 곳으로 ‘건강마을 신농백초’가 있다. 산채비빔밥(7천원)을 시키면 전식으로 건강죽, 후식으로 전통차를 제공한다. 신농주, 좁쌀동동주도 이집의 자랑거리.
/ 글·사진=박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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