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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힘에 부치면 잠시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의 유장한 물줄기를 보며 호흡을 가다듬자. 운무가 감도는 강 주변은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정면 우뚝 선 봉우리가 무척산. 그 왼쪽 정상 부위만 희끗 보이는 산이 석용산이다. | |
경칩이 코 앞이다. 동장군도 이제 한풀 꺾였다. 그토록 매몰차던 삭풍도 시나브로 훈풍으로 다가온다. 춘심(春心)을 가장 빨리 전한다는 복수초나 변산바람꽃도 부지런한 야생화 마니아에 의해 이미 포착된 지 오래다.바야흐로 얼어붙은 대지에 푸름이 움트고 있다. 혹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고도 한다.
봄맞이 산행을 떠나보자. 분위기를 확 바꿔보는 의미에서 이왕이면 승용차 대신 운치있는 기차에 몸을 싣자. 목적지는 양산 원동 토곡산(855m).
한 마디로 바위와 암릉이 즐비한 근육질의 악산(惡山)이다. 천성산이나 신불산 공룡능선에 버금간다. 워킹 위주의 밋밋한 산행 대신 겨우내 움츠렸던 온 몸에 활기를 듬뿍 불어넣기 위해선 안성맞춤이다.
토곡산은 사실 전형적인 근교산행지였다. 열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던 70, 80년대엔 이웃한 천태산과 더불어 최고의 산행지였다. 이후 전국적으로 도로가 확충되고 열차 편수가 줄면서 한동안 잊힌 산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복고풍이 각 방면에 침투하면서 기차타고 떠나는 산행이 점차 각광받고 있다. 아마도 토곡산이 대표적 수혜자로 부상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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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참조 |
산행은 원동면 원리 함포마을 구포국수공장~누운 돌불상 둘~지장암~물맞이폭포~전망대바위~주능선~잇단 전망대바위~토곡산 정상~이정표 갈림길~복천암 갈림길~잇단 철탑~바위전망대~화제리 내화마을~내화새마을 버스정류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정도. 길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바위와 암릉이 만만찮아 체력안배에 유의해야 한다.
함포 구포국수공장 앞에서 하차한 후 100m쯤 버스진행(배내골) 방향으로 걸으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리본이 서너장 걸려있어 찾기는 아주 쉽다.
머지않은 지점에 암자가 있음을 암시하듯 길 입구 우측에 일주문 역할을 하는 돌불상 두기가 나란히 누워 있다.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이 섞인 외길이다. 길 옆에는 아직도 정성이 깃들어 있을 조그만 공덕탑이 여럿 서 있다. 9분 뒤 지장암. 암자라 하기엔 다소 초라하다. 식수를 뜬 후 암자를 가로질러 왼쪽으로 간다. 정면에 거대한 병풍바위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이때부터 급경사 바윗길. 5분 뒤엔 40m 정도의 슬랩이 비스듬히 누워있다. 악산의 서막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어 병풍바위 우측 상단에 세로로 까맣게 변한 부분이 보인다. 물마른 폭포 흔적이다. 병풍바위 아래까지 거의 접근, 왼쪽으로 4m쯤 발걸음을 옮기면 큰 동굴과 함께 또 다른 폭포가 숨어있다. 역시 물은 없다. 물맞이폭포가 어느 것인지 구분이 안간다.
한 굽이 오르면 왼쪽에 전망대. 측면에서 병풍바위 전체를 볼 수 있다. 건너편 산은 천태산 줄기. 계속되는 된비알. 암반 사이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건너도 역시 오르막. 그나마 갈 지(之)자 길이라 다행이다. 등 뒤론 낙동강과 무척산 천태산이 보인다. 30분쯤 뒤 지능선 이후에는 조망이 더 넓어져 금동산 신어산 석용산 무척산과 낙동강 용당나루터, 그리고 새로 생긴 대구·부산고속도로도 보인다.
지능선에서 20분이면 주능선. 부산가톨릭대의 '산불조심'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주변 산세를 살펴보면 지능선이 여러 갈래 있음을 알 수 있다. 10여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함포 방향, 왼쪽 급경사길로 내려선다. 능선 왼쪽은 (선장)원동자연휴양림을 끼고 있는 골짜기. 이때부터 정상까지 좌우에 갈림길이 몇 번 있지만 계속 직진만 한다.
돌길이다. 내리막 너덜도 지난다. 갈림길에서 15분 뒤 안부사거리. 이때부터 고도를 높여가면 암릉을 잇따라 오른다. 처음엔 암릉이라 부르기엔 약하고, 바윗길이라 하기에 험했지만 올라갈수록 험준한 본색을 드러낸다. 에돌기도 하고 밧줄에 의지하기도 한다. 암벽 윗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와 매우 위험한 곳도 있고 양측이 가파른 칼날능선도 기다린다. 대신 암릉 자체가 전망대라 조망의 기쁨은 확연하다. 정상은 안부사거리에서 1시간30분. 부산 상봉산악회에서 지난 85년 세운 정상석이 있다. 매년 1월 첫주 이곳에서 시산제를 지낸단다. 동남쪽에 용굴산 뒤로 부산의 백양산 금정산이, 북동쪽에 영남알프스의 연봉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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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곡산은 발길닿는 곳곳이 암릉이다. | |
하산은 '원동역 함포'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직진한다. 낙엽길이라 내달린다. 길 좌우엔 온통 진달래. 한창일 땐 꽃산행지로도 손색이 없겠다. 3분 뒤 갈림길. 오른쪽 용굴산 원동초등 사천왕사 함포 방향, 왼쪽으로 간다. 10m쯤 더 가면 이정표가 있는 무명봉. 역시 두 갈래길. 직진하면 원동역, 왼쪽 매봉 어곡산 오봉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미끄럽다. 2시 방향에 용굴산, 발아래 화제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23분쯤 뒤 사거리. 굳이 분류하자면 여기까지가 토곡산, 이후부턴 육산인 신선봉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오른쪽 복천암, 어곡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복천암을 거쳐 목적지인 화제리로 내려가도 되지만 복천암부터 마을까지 포장길이어서 피했다. 대신 산행팀은 어곡산 방향으로 가다 중간에 만나는 오른쪽 능선으로 빠져 화제리로 갔다.
15분 정도 직진하면 저 멀리 철탑 두 개와 그 우측에 바위전망대가 보인다. 산행팀의 향후 진행방향이다. 두 철탑을 잇따라 지나 10분쯤 뒤 바위전망대. 5m 옆에 더 좋은 전망대가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낙동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왼쪽 신선봉, 산행팀은 오른쪽 방향으로 능선타고 내려선다. 참고로 신선봉에서 왼쪽으론 축천산 천마산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영축산이, 오른쪽으론 매바위 어곡산 오봉산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전망대라 꼼꼼히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낙동강 왼쪽에 오봉산, 그 뒤로 금정산 장군봉 고당봉 백양산 승학산, 그 왼쪽으로 계명봉 철마산이, 낙동강 오른쪽으로 동신어산 신어산 팔판산 화산 불모산 장유봉이, 바로 앞에 용굴산 그 우측에 토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부턴 수북한 미답의 낙엽길. 20분 뒤 제법 너른 길.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30분쯤 내달리면 화제리 도로. 여기서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방향으로 바꿔 가면 내화식당을 지나 내화새마을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교통편
- 부산·부전역 원동행 열차 이용을
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부산역에서 원동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30분, 9시35분에 있다.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원동행 열차도 있다. 오전 5시, 7시30분. 요금은 각각 2800원. 30분 걸린다. 원동역 앞 버스정류장에선 배내골행 버스를 타고 함포 구포국수공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 8시15분, 10시15분에 있다. 800원.
지하철 2호선 종점인 호포역이 가깝다면 호포역 바로 앞 정류장에서 137번 버스를 타고 원동읍 버스정류장(양산기사식당 055-382-5036)에서 내린다. 오전 7시20분, 9시30분. 이후 원동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갈아타고 들머리에서 내리면 된다.
# 떠나기전에..
- 용굴산 ~ 토곡산 코스 6시간 걸려
- 산비탈 온통 매화, 꽃망울 터뜨려
원래 토곡산의 기본코스는 원동초등에서 출발, 상봉을 거쳐 함포로 하산한다. 하지만 산행시간이 3시간 정도로 짧아 산행팀은 5시간 정도 걸리는 이번 코스를 뚫어봤다. 만일 이 코스도 성에 안찬다면 수청리에서 출발, 용굴산 토곡산을 거쳐 함포로 하산하면 될 성 싶다. 만만찮은 암릉의 연속인 두 봉우리를 탈 경우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줄기의 개념에서 토곡산을 잠시 살펴보자. 영축산에서 남으로 함박등 시살등 오룡산을 거쳐 염수봉에서 사실상 영남알프스의 맥은 끝이 난다. 하지만 보다 큰 산줄기의 개념으로 계속 이어 본다면 채바우골만당 천마산 축천산을 거쳐 신선봉에서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하나는 토곡산으로, 또 하나는 어곡산과 오봉산으로 이어져 낙동강과 만난다. 토곡산 인근의 용굴산(함박산)은 토곡산의 곁가지 봉으로 보면 된다. 어곡산 옆의 매바위는 마을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화제쪽에선 매바위, 어곡쪽에선 선암산이라 부른다. 참고하길.
지금 토곡산 가는 길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열차에선 오른쪽 산비탈이 온통 매화밭이다. 버스를 타도 역시 우측 산비탈에 매화가 많이 보이니 창을 활짝 열고 매화향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자.
날머리 내화새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호포역 가는 버스는 오후 2시50분, 4시45분, 6시, 7시40분, 8시50분에 출발한다. 900원. 시간이 안맞아 택시(055-381-7000)를 부를 경우 미터요금에 1000원을 더 내야 한다. 1만원 안팎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