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밀양,청도

상운산

모스키오토 2007. 8. 17. 14:41


 
[를 따 른다. 천천히 내려선 다. 산죽부처의 귀를 닮은 귀바위에 서면 눈앞은 거칠 것이 없다. '탁 트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지리산 갔다 왔능교?”

언양 버스터미널 옆 시장의 국밥집 할머니가 대뜸 물었다. 땀에 절어 꼬질꼬질한 행색이 어지간히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검정바지에는 말라붙은 소금기로 허연 얼룩까지 생겼다. 모자를 벗은 머리 모양은 볼만하다. 아마 저 정도 망가지려면 지리산 쯤은 갔다왔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모양이다.

상운산(上雲山). 글대로 풀자면 구름 위의 산이다. 영남 알프스 가지산 권역.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언양시내와 멀리 울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간간이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운문댐이 보인다. 산행 마지막 지점에는 운문산 자연휴양림과 맑디 맑은 계곡이 기다린다.

상운산을 오르는 맛은 하산길에 있다. 생금비리 쉼터 이정표부터 산행 끝까지 내리막이다. 1시간 정도 배낭을 지고 내려서다 보면 무릎이 시큰거린다. 오르막도 힘들지만 역시 내리막이 더 힘들다.

산행코스는 보덕사~산불초소~헬기장~귀바위~상운산(1114�)~헬기장~생금비리 쉼터 이정표~휴게소. 약 4시간30분 걸린다.

행정마을에서 내리면 가지산 탄산유황온천 이정표가 있다. 5분 거리. 온천 앞에서 보덕사로 들어간다. 절 앞 마당에는 감나무가 한 그루 섰다. 나무 아래에는 평상 같은 바위가 있다. 식수를 준비하고 숨을 고른다.
 


왼쪽 수로를 건너 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바로 묘지. 완만한 오르막이다. 작은 길은 신경쓰지 말고 좋은 길만 골라서 간다.

10분쯤 지나면 가팔라진다. 잠시뒤 능선. 숲이 훌륭한 햇빛가리개 역할을 한다. 활엽수가 많아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다.

땀이 흐른다. 안경을 타고 흘러 얼룩이 진다. 팔뚝으로 훔쳐보지만 소용없다. 땀 냄새를 맡은 초파리가 귀찮게 윙윙거린다.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우거진 숲을 뚫고 매미소리가 들린다. 40분쯤 오르면 소나무 두 그루가 선 평지가 있다. 앉아서 땀을 식힌다.

지팡이를 짚은 등산객이 내려온다. 중풍에 걸렸는 지 보폭이 좁고 걸음걸이가 영 어색하다. 어눌한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그 투지가 존경스럽다.

5분쯤 가면 갈래길. 왼쪽으로 간다. 100� 정도 가면 억새밭이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바로 헬기장으로 이어진다. 헬기장에서 정면으로 볼 때 바로 앞산 말고 그 뒤 봉우리가 정상이다. 귀바위가 정상을 호위하고 있다.

곧 임도와 연결된다. 왼쪽에 석남사로 내려서는 길이 나 있다. 석남사까지는 2㎞, 가지산은 4.2㎞이다. 이제부터 가지산으로 넘어가는 낙동정맥을 탄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면 운문령이다. 임도 왼쪽으로 난 산길로 접어든다.

계단 오르막이 시작된다. 10분 뒤 다시 임도와 만난다. 임도에 들어서면 가로질러 산길로 진입한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가면 가지산에 다다른다.

이맘때의 상운산에는 버섯이 많다.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황금 빛 도는 화려한 빛깔부터 거무튀튀한 버섯이 있다. 그러나 조심. 버섯은 아무 것이나 먹을 수 없다. 특히 모양과 빛깔이 고울수록 만지지도 말아야 한다.

10분쯤 오르면 수풀에 뒤덮인 작은 평지다. 왼쪽으로 가지산 정상이 보인다. 직진한다. 다시 10분이면 능선에 내려 산허리를 탄다. 내려쬐는 땡볕. 숲길을 걸으면서 이때처럼 행복할 때가 있을까. 무성한 잎이 말 그대로 ‘파라솔’이다.

양쪽에 전망대가 많다. 가파른 골짜기를 따라 펼쳐진 계곡이 가슴을 적셔준다. 오른쪽 아래로 신원천이 흐르고, 정면에 문복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시퍼런 물을 머금은 운문댐도 보인다.

잠시 뒤 귀바위. 멀리 울산시내와 가까이는 언양까지, 시퍼런 융단 끝에 도시가 펼쳐져 있다.

귀바위에서 10분이면 정상이다. 상운산(1,114�). 영남알프스의 바람은 장쾌하고 시원하다. 온몸을 녹여낼 듯 하던 무더위도 계곡에서 불어오르는 바람에는 당하지 못한다.

능선을 타고 30�면 삼거리이다. 왼쪽으로 가면 가지산. 오른쪽 쌍두봉 운문사 이정표를 따른다. 천천히 내려선다. 산죽 군락지를 지난다.
 
[상운산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보이는 언양과 울산시.]

정상에서 15분이면 헬기장. 완만한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가면 생금비리 쉼터 1.8㎞를 알리는 간이 이정표가 섰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는 급격히 쏟아지는 내리막이다. 15분 정도 가면 왼쪽으로 도는 지점을 만난다. 직진하지 못하게 나뭇가지를 꺾어 막아놓았다.

이정표에서 50분 정도를 내려서면 몸통이 우람하고 가지가 수려하게 뻗은 소나무가 나온다. 지겨운 내리막은 마지막까지 계속된다. 잠시 뒤면 생금비리휴게소. 울산 48㎞, 언양 18㎞ 이정표가 섰다.

/ 글·사진 = 김용호기자

/ 산행문의 =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떠나기 전에]

영남 알프스의 최고봉은 가지산이다. 그 산에 어깨를 걸고 지킴이 역할을 하는 봉우리가 상운산.

상운산의 산이름은 언제부터 불리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정상에는 상운산악회에서 세운 작은 이정표가 서 있다.

부처의 귀를 닮았다는 귀바위가 훌륭한 조망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남 알프스 최고의 비경, 학심이골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운문댐으로 흘러드는 신원천의 발원지이다. 전쟁터로 출정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하룻밤을 보냈다는 부자바위가 있으며, 운문산 자연 휴양림이 신원천과 어울린다. 산행을 일찍 마치면 자연 속에 흠뻑 빠져 들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하산 후 궁근정의 가지산 탄산 유황 온천(052-254-2216)에서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노포동 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탄다. 오전 6시30부터 20분 간격으로 있다. 요금은 2천8백원. 언양에서 석남사행 좌석버스는 오전 7시40분, 8시15분, 8시45분, 9시15분 등 30분 간격이며 요금은 1천1백원이다. 최근에는 노포동터미널에서 석남사 직행버스도 생겼다. 오전 7시15분, 8시20분, 9시30분, 11시30분 등.

생금비리휴게소에서 언양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께 지나간다. 대구에서 오는 버스인데, 놓치면 안된다. 운이 좋으면 운문사 사리암에서 부산역까지 직행하는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손을 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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