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전국산

순천 조계산

모스키오토 2007. 8. 18. 12:15
송광·선암사 품어

 
  송광굴목재에서 보리밥집을 지나면 만나는 굴목다리. 물은 말랐지만 주변 경관이 아주 빼어나 한참 동안 발길을 머물게 한다. 이 다리를 건너면 조계산 등산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인 선암사 굴목재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산은 크게 바위산과 육산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무수한 기암괴석이나 천태만상의 암봉이 도도히 고개를 쳐든 바위산이 패기 넘치는 남성형이라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산꾼을 감싸 안는 육산에서는 모성애를 느낀다.

설악산 월악산 월출산 천관산 구봉산 팔영산 등이 덩치를 달리하는 바위산의 전형이라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소백산 조계산 대운산 등은 언제나 편안히 다가갈 수 있게 품을 활짝 열고 있다.

전형적인 육산 산행은 바위산에 비해 약간 무료한 편이다. 기복이나 산세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고로 힘이 좀 들더라도 산모롱이를 한굽이 돌면 전혀 예기치 않은 양상의 산세가 등장해야 힘이 나는 법.


전남 순천 조계산(884m)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품안에 끼고 있는 엄청난(?) 볼거리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정상을 기점으로 서쪽엔 승보사찰 송광사가 자리잡았고 동쪽에는 국내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는 선암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가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대표적 총림이라면, 선암사는 두번째 종파인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 품고 있는 절집의 유명세가 산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케이스다. 도립공원인 조계산의 연간 탐방객이 웬만한 국립공원의 배 이상인 사실만 보더라도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조계산이 그저 그런 산은 절대 아니다. 아름다운 계곡과 탁 트인 조망, 그리고 산세가 험하지 않고 평탄해 가족단위 산행으로 안성맞춤이다.

산행은 선암사 매표소~삼인당~선각당(기념품 가게)~대각암 입구~대각암 갈림길~작은 쉼터(절터)~큰 쉼터(절터)~조계산 정상 장군봉~장박골 삼거리~연산봉 사거리~연산봉(헬기장)~송광 굴목재~대피소~보리밥집~선암사 굴목재(큰굴목재)~비석삼거리~삼인당 순의 원점회귀 코스.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산행 도중 산길이 곳곳에 열려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조절해도 상관없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천년고찰의 위용이 그대로 나타난다. 계곡을 따라 줄지어 있는 아름드리 고목과 푸른 산죽, 이름모를 산새들의 지저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숲에 이르면 숨이 막힐 정도다. 현재 공사중인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 삼인당(三印塘)에 닿는다. 맞은 편 기념품 가게인 선각당 오른쪽 옆길로 오른다. 이내 갈림길. 다시 오른쪽길이 정상, 왼쪽은 송광사로 가는 선암사 굴목재 방향.

150m 지나면 대각암 입구. 아름드리 삼나무가 숲을 이루며 키자랑을 하고 있다. 계단을 오른다. 길 왼쪽 마애여래입상을 보고 오르면 앞이 탁 트인 대각암 삼거리. 정면에 대각암이 보인다. 정상은 왼쪽방향. 산죽길이다. 100m 정도 오르면 다시 갈림길. 왼쪽은 비로암 방향, 정상은 오른쪽 방향. 이 길만 제대로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누워서 떡먹기.

오른쪽 길은 가늘고 긴 대나무가 무성한 숲을 지나 서서히 능선 사면으로 붙는다. 전형적인 흙길이며 경사가 심한 곳에는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놨다.

20분 뒤 쉼터에 닿는다. 정면에 석축이 보여 옛날 절터로 추정된다. 이후 두번의 너덜을 지나면 아까보다 더 넓은 쉼터. 작은 돌담과 주변에는 깨진 기와조각이 남아있다. 정면의 광양 백운산을 축으로 왼쪽에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 오른쪽에 억불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르는 길은 두 가지. 왼쪽은 밧줄이 놓인 급경사길, 오른쪽은 계단길. 그 사이 나무 밑에 작은 샘터가 있으니 목을 축이자. 200m 뒤 결국 두 길은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쉼터에서 25분 뒤면 정상. 매끄러운 차돌에 '장군봉 884m' 정상석이 서있다. 작지만 위엄이 있다. 상사호가 보이고 그 뒤로 물결치듯 연봉들이 줄을 이은 가운데 순천만이 구름 속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하다. 북으론 호남고속도로가 일자로 뻗어 있다.

 

지도참조

http://www.kookje.co.kr/news2006/asp/photo_view.asp?img_fn=20040402.22028184353i2.jpg

하산은 오른쪽 장박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크게 보면 반시계 방향으로 능선길을 따라가는 셈. 왼쪽 방향은 조계산의 유일한 바위인 배바위를 거쳐 작은 굴목재로 향하는 길.

완연한 봄이지만 조계산 속의 색상은 아직도 잿빛. 주변 식생이 아직 모두 앙상한 가지의 활엽수이기 때문. 곳곳에 군집을 이룬 푸른 산죽이 없다면 영락없는 봄 속의 삭막한 산. 산죽이 만들어 놓은 미로게임 같은 길을 걷는 재미는 일품이다. 하여튼 고마운 산죽.

이렇게 정상에서 50분 쯤 걸으면 장박골 삼거리. 이제 능선은 반시계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 왼쪽에는 장군봉과 상사호 그리고 지나온 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직진한다.

35분 뒤 연산봉 사거리를 지나면 곧 연산봉(851m). 정상이 곧 헬기장이다. 조망은 주봉인 장군봉보다 더 장쾌하다. 하산은 헬기장 반대편인 남서쪽으로 내려선다. 이번에 완전히 낙엽길. 봄속의 가을이다. 사람이 많이 다녀 산행로에만 낙엽이 없을 뿐 주변엔 온통 낙엽뿐이다.

송광 굴목재에는 25분 후에 다다른다. 오른쪽 방향 송광사 2.5㎞, 직진하면 천연기념물 쌍향수가 있는 천자암 1.7㎞, 왼쪽으로 4㎞ 지점에 선암사가 있다는 팻말이 서있다. 선암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주변에 노란꽃이 활짝 핀 생강나무가 시선을 끈다.

계곡물을 건너 대피소를 지나면 10분 뒤 보리밥집.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고 나무 그늘 아래 10여개의 평상이 놓여 있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계곡을 가로지르는 굴목다리를 지나면 선암사 굴목재. 20분 정도의 계단 오르막 구간이라 매우 힘이 든다. 선암사 굴목재는 조계산 등산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다. 송광사로 가는 길목이자 장군봉으로 단번에 오르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이후 쭉쭉 뻗은 편백숲과 야생화 단지, 그리고 비석삼거리를 지나면 산행 출발지인 삼인당 앞에 닿는다. 25분 걸린다.

◇ 사계절 꽃있는 예쁜 절 선암사 빼먹지 말아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산행에서 선암사 구경을 빠뜨리지 말자. 국내 1000여개의 산사 중 아름답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사찰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이 그렇다.

대웅전을 비롯한 가람배치 등 전문적인 식견은 없더라도 우선 경내에 꽃대궐을 이룬 개나리 동백 목련 벚꽃과 각종 야생화가 주요 볼거리다.

이 시기만 꽃이 만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겨울부터 동백꽃이 수줍은 듯 피어나고 이후 계절에 맞게 연중 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선암사는 1년 365일 꽃이 지지 않는 절이라고 불린다. 선암사에 따르면 크고 작은 꽃밭에 80여종의 조경식물이 재배되고 있단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400년 된 화장실.
선암사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촬영장소로 이용됐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동승' 등 불교영화와 드라마 '상도' 등의 작품무대였다. 촬영지 선택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업계 관계자들의 안목을 만족시켰으니 보증수표임엔 틀림없을 듯하다.

재미있는 점도 있다. 바로 지금처럼 읽으면 '깐뒤'라고 적힌 경내의 해우소. 400년된 화장실로 지방문화재다.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아쉬운 점도 있다. 국내서 가장 아름답다는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昇仙橋·보물 400호)가 자연암반에 생긴 균열로 해체 보수중이다. 당초 지난해 7월 완공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하세월이다. 지금은 아예 일손을 놓은 상태여서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보수공사가 한창인 승선교.
한 스님은 "해체는 했지만 막상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니 잘 안되는 것이 실제 속사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조상들의 토목기술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홍준 교수는 한 신문의 기고에서 "선암사에 유독 조선건축의 진면목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20세기 후반 전국의 모든 사찰들이 화려하게 중창될 때 선암사만은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분쟁과 적당한 가난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 한편으론 참으로 불행중 다행"이라고 적고 있다.

◇ 교통편 - 순천 시외·고속터미널서 시내버스 이용

부산서 순천가는 버스는 노포동종합터미널과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모두 탈 수 있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1만1000원. 2시간40분 걸린다.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55)에서 순천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50분~1시간10분 간격으로 하루 15회 출발한다. 9700원(우등 1만4200원). 3시간 걸린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061-744-6565)과 순천고속버스터미널(061-752-2659) 앞에서는 순천교통 1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에 닿는다. 790원. 각각 5분, 20분 걸린다.

선암사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고속버스터미널행 1번 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20분, 5시35분, 6시30분, 7시, 7시30분, 8시에 출발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25분, 45분, 6시25분, 7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순천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40분, 7시, 8시20분에 출발한다.

만일 선암사에서 출발, 송광사로 하산했다면 택시(061-754-2000)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싸다. 3만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승주IC~우회전 승주 낙안민속마을 선암사 방향~낙안온천 낙안민속마을~삼거리~857번 지방도~선암사. 이정표는 잘 정비돼 있어 길 찾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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