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울산,양산

양산 천성산

모스키오토 2007. 8. 17. 00:26
 
노련한 산꾼들은 산이름만 들어도 산세를 가늠한다. 옛선조들은 산의 지형이나 산에 얽힌 역사적 사실에 따라 산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교문화권이었기에 절집 냄새가 스민 산이름이 많다. 이런 산은 대개 큰 절이 자리하고 고승에 얽힌 설화도 남아있다. 산세로 보자면 절이 많은 산은 깊지만 품이 넓고, 물이 풍부하다.

양산 천성산(千聖山)은 이같은 유추가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산이다. 천성산이라는 지명은 당나라에서 온 1천여명의 승려가 원효대사로부터 화염경을 전수받아 모두 성인에 이르렀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신라 때 원효대사는 이 산에 89개의 암자를 세웠다. 지금은 홍룡사 내원사 안적암 조계암 등 20개 가까운 사찰과 암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원효대사의 입김이 1천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천성산 비탈에 서려있는 것이다.

절이 많아서 일까. 해발 900m를 훌쩍 넘어선, 영남알프스의 끝머리를 이루는 높은 산이지만 산길이 험하지 않다. 수만평의 너른 화엄벌판에 서면 하늘 위로 떠오른 광활한 평원에 서있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계곡에는 물도 많아 산행 내내 옥수가 마르지 않는다.

천성산 산행코스는 ‘양산 석계리~오경농장~용주사~너덜지대~513m봉~786m봉~화엄벌~천성산(922.2m)~작전도로~무지개폭포~양산 평산리 무지개산장’이다. 소요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정도. 너덜지대가 많고 계곡길이 곳곳에 자리해 심심하지 않은 산행길이다.

언양행 완행버스를 타고 양산 석계리에서 내린다. 버스정류장 앞에 고려당 베이커리가 있다. 왼쪽으로 발을 옮겨 도로를 따라 200여m 걸으면 35번 국도다. 정면으로 보이는 오경농장을 지나면 ‘용주사’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경부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들어서면 소나무 오솔길이 열린다. 조용한 황톳길을 따라 20여분간 걸으면 식수원 보호를 위해 설치해 놓은 철문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면 들머리다. 몽글몽글한 자갈이 예쁘게 깔려 있는 오른쪽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철문 지나 곧 만나는 삼거리에서 그대로 직진한다. 10여분이면 체육공원에 닿을 수 있다. 평평했던 임도는 체육공원에서 끝이 나고 좁은 산길이 비탈진 산사면을 따라 올라간다.

한때 불국토를 꿈꾸었을 이 산자락, 곳곳에 불교적 정취가 짙게 배어 있다. 50여� 위에 자리한 수백 기의 돌무덤이 길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오가는 산꾼들이 소원을 빌며 하나 둘씩 쌓아올렸을 돌무덤들이 길섶 너덜지대에 세워져 있다. 돌무덤은 봄햇살에 밝게 빛나는 한쪽 면과 반대편의 검은 실루엣이 잘 어우러져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너덜구간은 10여분 더 이어진다. 계곡 끝에 목을 축이며 숨을 고를 수 있는 시멘트 포장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에서는 왼쪽 내리막으로 등산길이 이어진다. 국제신문 리본이 양쪽으로 길라잡이를 해주는 가운데 계곡으로 치고오르는 길이 열린다.

산길을 따라 500여� 오르면 다시 임도 구간이다. 10여분 비탈진 임도를 따라 오르면 ‘T’자형 갈래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길을 따르면 곧 물길을 따라 계곡으로 들어가는 산길이 기다린다. 이 오솔길은 과거에 내원사로 넘어다니던 길목이므로 길이 잘 나있다.

10여분 오르면 안부 오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다섯 갈래로 난 산길을 알려주는 나무 이정표가 발목 높이로 세워져 있다. 바위전망대, 내원사 주차장, 내원사, 원효산으로 통하는 길을 나타낸다. 이중 천성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가장 오른쪽 길을 택해야 한다. 이정표에는 ‘원효산’이라 적혀 있다.

과거에는 화엄벌 인근의 922.2m봉을 원효산, 812m봉을 천성산이라 불렀다. 그러나 최근 양산시에서는 922.2m봉을 천성산, 812m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정정했다. 나무 이정표는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묵은 솔가리가 흙먼지를 풍기는 오솔길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20분 쯤 쉬지 않고 다리품을 팔면 억새밭이 서서히 열린다. 억새 사이로 망울을 터뜨리려는 철쭉도 삐죽 고개를 내민다. 왼쪽으로 천성산 정상을 바라보고 너른 억새벌판을 헤쳐 나가면 산중턱에 바위봉 하나가 보인다.

이곳이 786� 봉이다. 주변이 완만해 정상같은 정취는 좀체 풍기지 않는다. 그러나 조망만큼은 시원하다. 북쪽으로 천성산의 단애가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대운산이, 남쪽으로는 백운산, 철마산이 머리를 오롯이 드러낸다. 속세는 서쪽으로 열린다. 그곳에 양산 시가지와 벌판이 누워있다.

원효대사는 이곳에서 1천여명의 당나라 승려들에게 화엄경을 설파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화엄벌. 천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화엄벌이 묘한 신비감으로 다가온다.

화엄벌은 능선만도 1㎞ 가까이 이어진다. 천성산 정상으로 치고 오르는 능선은 다소 경사가 있어 가파르다. 아쉽게도 정상은 레이더기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레이더 기지 주변의 철조망에 붙어있는 ‘지뢰밭 주의’이라는 경고문이 섬뜩하다. 취재팀은 산허리에 걸친 이 철조망을 따라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억새와 조릿대 천지를 지나 20여분 길을 이으면 하산을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직진해 천성산 제2봉으로 이으면 산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이 길은 낙동정맥이어서 영남알프스를 따라 계속 올라갈 수 있다. 취재팀은 오른쪽으로 꺾어 작전도로로 내려섰다. 아래로 10여분 내려오면 도로가 꺾이는 모퉁이에서 ‘제2가압장’을 만난다. 곧바로 직진해 도로를 벗어나면 내리막 비탈길이다. 이 길을 따라 300여� 내려오면 시멘트로 포장된 또다른 갈래길이 나타난다. 왼쪽 내리막은 하산길, 오른쪽 오르막으로 가면 원효암을 거쳐 홍룡폭포와 홍룡암을 둘러볼 수 있다.

내리막을 좇아 길을 걸으면 작전도로에서 무지개 폭포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 길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걷기 좋은 산책로다. 계곡 사이로 양산 시민의 상수원인 계곡수가 흘러 등산로 외의 다른 길은 출입을 막고 있다.

대나무 군락지를 지나 50여분 꾸준히 내려오면 비로소 무지개폭포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마지막 이정표를 따라 계곡 쪽으로 300여� 들어가면 물안개가 자욱한 폭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햇살이 비칠 때면 폭포수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그려진다. 폭포에서 거슬러 올라와 하산길을 재촉하면 40분 뒤 무지개 청소년수련원에 닿는다.

 


# 교통편

이번 산행은 1천원짜리 지폐 두 장만 있으면 다녀올 수 있다. 좌석버스로 갈 수 있어 교통편이 좋은데다 부산에서 가까워 주말에도 도로에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과 함께 온가족이 출발하든지 부부만 오붓하게 나서든지 주말 한나절 봄볕을 맞으며 오를 수 있는 좋은 산행코스다.

명륜동 동부버스터미널에서 오전 5시2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언양행 완행 버스가 있다. 요금 1천원. 소요시간 1시간. 이 버스는 노포동 지하철역 앞, 양산시외버스 정류소, 양산시청 앞 등을 지나가므로 이곳에서 기다려도 된다. 버스에서 내리는 지점은 양산군 상북면 석계리.

산을 내려오면 양산시 웅상읍 덕계리다. 무지개 산장을 지나 7번 국도로 나오면 부산행 좌석버스가 수시로 있다. 요금 980원.



박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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