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울산,양산

준주봉~상학골 종주

모스키오토 2007. 8. 17. 00:33
농촌들판은 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도회의 풍경과 큰 차이 없는 대형주차장과 집단시설지구를 거쳐야만 하는 명산거봉의 산행길과 달리, 근교산을 찾을 때는 많은 경우 논길밭길을 걸어야 한다.

10월의 농촌길을 걷는 맛은 여느 때보다 마음 편하고 정겹다. 길가 감나무에는 단감과 홍시가 주렁주렁 열렸고 여염집 토담은 푸른 호박잎과 누런 호박꽃으로 장식을 단다. 담장 밖 길가로는 아직 푸릇푸릇한 대추열매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길바닥에는 붉은 태양초 고추들이 널린다. 이도저도 못 갖춘 길섶으로는 화사한 코스모스들이 활짝 피었다. 산행초입을 찾아가는 등산객의 발길은 그래서 더 가볍다.

이번 주 산행은 「울산 준주봉(峻珠峰·또는 준제산·354m)∼상학골 정상 종주」다. 준주봉은 울산시와 경북 경주시의 경계선에 자리한 낮은 암봉인데 바로 곁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어 경치가 독특한 산이다(국립지리원이 발행한 지형도에는 준주봉이라 되어 있으나 현지 주민들은 한결같이 준제산이라 부르고 있다). 산행로는 준주봉에서 시작해 능선을 타고 상학골 정상까지 이어지는 전형적인 워킹산행로 개척코스로 분류된다.

「변화무쌍」하다 할만큼 능선 구간구간의 성격이 다양해 몇가지 정보와 주의산행을 숙지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산길이다. 우선 산행로 곳곳에서 고개를 만날 정도로 능선의 오르내림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전체 고도는 꾸준히 높아지므로 체력소모가 많다.

또 산행로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준주봉∼301.8m봉」구간은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산길의 상태와 조망이 좋다. 따라서 다소 간편한 산행을 원한다면 301.8m봉을 전후한 고개에서 양지마을이나 경주시 내남면 안심리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 편리하다.

301.8m봉을 내려서면서 다음 목적지인 상학골정상까지는 능선이 「요술」이라도 부리듯 둥글게 휘어지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먼 길이다. 게다가 우거진 잡목지대가 기다리는 오르막구간이어서 단단히 채비를 하고 나서야 한다. 구간 전체 종주에 걸리는 시간은 6시간30분∼7시간 남짓.

버스가 불고기단지로 유명한 봉계에 닿기 직전 활천에서 하차해 활천교를 건넌다. 10분만에 경부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석문암」이라는 작은 표지판을 보고 오른쪽 콘크리트길로 꺾어들어가야 한다. 10분이면 석문암에 닿는다. 석문암은 현대식 건물에 청기와를 인 작은 암자이지만 절터 자체는 꽤 오래되었다. 이 절의 주지는 예부터 「이쪽 땅의 기(氣)가 드세 절이 아니면 들어서지 못했다」는 설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수를 준비하지 못한 산행자는 이곳에서 수통을 채울 수 있다.

암자의 용왕각 앞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직진하면 절 뒤편 계곡에 자리한 수수한 무명폭포를 구경할 수 있다. 등산로는 용왕각앞의 개울을 건너 오른쪽 길을 따라간다. 용도를 알수없는 철탑과 삼각점이 서있는 정상까지 약 40분 거리다. 올라서는 도중 바위전망대는 시원하게 뚫린 경부고속도로와 정면 치술령을 기준으로 그 오른쪽 국수봉 연화산, 가장 왼쪽의 경주 금오산과 그 오른쪽 가장 뒤쪽의 토함산등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운 경치다.

준주봉 정상에서 직진해 뒤쪽 고개로 내려설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 간벌된 나무들의 밑둥치가 수풀에 가려 걸음을 방해하고 행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부상의 위험마저 있기 때문이다. 20분 정도면 평지의 순한 비탈에 모셔놓은 묘지를 만난다. 이 묘지 봉분 앞의 왼쪽 입구로 들어서면 또렷한 오솔길을 따라 맞은 편 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아늑한 정경의 전망대가 1곳 있다.

묘지를 잇달아 통과하면서 깔끔한 산길과 묵을대로 묵은 잡목 난코스를 1시간 정도 진행하면 오래된 고갯길에 내려선다. 고개의 왼쪽 길은 능선을 따라 양지마을 쪽으로 이어진다. 고개 정면의 묘지로 올라서지 말고 왼쪽 샛길을 따라 묘지 뒤로 접어들면 20분 뒤에 다시 갈림길로 나온다. 왼쪽 방향은 양지마을, 오른쪽은 안심리쪽인데 탈출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고개에서 넓게 뚫린 정면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올라서면 301.8m봉이다.

이 봉우리에서 20분을 내려서면 다시 고개다. 이 지점에서 국제신문리본을 살펴 오른쪽(안심)으로 30m만 내려서면 왼쪽으로 올라서는 뚜렷한 오솔길을 만난다. 10분이면 능선 위에 도착해 첫 무덤을 만나며 잇따라 계속 묘지들을 지나치는데 중간에 약 30분 가량 길은 산사면의 왼쪽 비탈을 따라 이어진다. 산사면 구간을 통과해 능선으로 다시 올라선 뒤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지금부터 상학골 정상까지 다시 길고 긴 오르막 능선산행이다. 70분 쉬지않고 숲속 잡목구간을 계속 오르면 벌초가 잘 된 묘지가 있는 상학골정상에 겨우 도착한다.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직진해서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 1시간 정도 걸려 이장된 묘지터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다시 30분 만에 상학골저수지 인근의 농로로 접어든다. 후반부 구간은 길이 매우 묵었고 길잡이 삼을 만한 조망도 열리지 않아 다소 지루하고 힘겹다. 「근교산 개척산행」을 즐기는 분들께 권한다. 특히 후반부에는 국제신문리본을 유심히 참조해야 한다.


# 교통편

부산에서 출발할 경우 명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언양행 차로 언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들어간 뒤 다시 「봉계 두동」 방면 버스를 타고 종점 직전의 「활천」에 하차하면 곧장 산으로 오를 수 있다.
부산∼언양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 운행. 1시간 가량 소요. 2천6백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봉계 두동」행 버스는 오전 7시05분 7시30분 8시 8시30분 9시 9시30분 등 약 30분 간격 운행. 630원.

전구간을 완주하고 상학골로 내려오거나 산행 중간중간의 고갯길 탈출로를 통해 하산하면 길이 양지마을로 연결된다. 양지마을에서 봉계의 개인택시(052-262-7005)를 부르면 봉계까지 택시요금 2천원. 불고기단지로 유명한 봉계에서 식사를 하고 언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되짚어 갈 수 있다. 봉계∼언양 버스는 오전 6시∼오후 8시10분 사이 20회 운행. 봉계까지 안 들어간다면 양지마을 양지교회앞 버스정류소에서 기다리면 내와에서 나와 봉계를 거쳐 언양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막차 오후 7시께.

언양시외버스터미널∼부산행 직행버스는 막차가 오후 8시 30분이다. 봉계에서는 울산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부산으로 되짚어 나오는 방법도 있다.




조봉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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