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울산,양산

화장산~대운산 종주(상)

모스키오토 2007. 8. 17. 01:11
가까운 산, 근교산의 매력은 쉽게 다가가 가볍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달리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일주일이라면 주말 하루는 온종일을 산에서 보내고 싶은 충동에 빠질 때가 있다.
 아쉽게도 근교에서 긴 도보코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근교산 대부분이 개발 열풍에 이리 깎이고 저리 잘려나가 그 맥이 끊겨 버린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 울산 양산이 손을 맞잡은 대운산 자락. 그곳에는 진회색 거대 도시에 초록의 숨결을 불어 넣어 주는 산군이 아직 남아 있다.
 북쪽 화장산에서 내려온 상처받지 않은 능선이 대운산에서 크게 솟구친다. 능선은 정상에서 구름의 정기를 머금은 뒤 시명산 석은덤산으로 이어지다 정관으로 떨어진다.
 300m 고지의 야트막한 능선이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깊이를 빚어 내는 산행길. `화장산~대운산~시명산~석은덤산'은 산행시간만 약 13시간에 이르는 멋진 도보산행 코스다. 이중 화장산~대운산 구간을 2회에 걸쳐 싣는다

 

첫번째 산행은 화장산에서 시작, 배읍봉에서 끊는다. 산행코스는 ‘울주군 고산리 내고산 마을회관~재실~대숲~임도~철탑~학성이씨묘~화장산(361.4m)~철탑~임도~온양고개(상봉고개)~성영준씨 댁~삼거리~배읍봉(356.9m)~삼거리~철탑~양산시 웅상읍 용당리’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6시간 가량.

남창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종점에서 내린다. 버스 회차지점으로 육각정 버스정류장과 내고산 마을회관이 있다. 버스정류장 오른쪽, 갈색 벽돌집이 있는 길로 접어든다. 재실(景慕齋)을 지나면 갈래길. 오른쪽 너른 길로 계속 따르면 길 끄트머리에 대문 없는 흙담집에 닿는다. 여기가 들머리다.

흙담집 대숲을 따라 흙길로 올라간다. 10여m 올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너른길이 기다리고 있다. 서너 발자국 가며 오른쪽을 살펴 보자. 옅은 오솔길이 열려 있다. 담양 전씨 묘를 지나 왼쪽 능선으로 붙으면 임도를 만난다. 소나무가 푸름을 뽐내고 있어 시골 뒷길을 연상케 하는 산길이다. 임도 끝에 또 다른 임도를 만난다. 이 임도를 가로지르면 능선을 따라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첫번째 철탑이 나온다. ‘산불 조심’ 경고문이 적힌 노란색 한국전력의 표지기가 길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두번째 철탑을 만난다. 철탑 아래를 가로지르면 오른쪽으로 무덤이 보인다. 2기의 무덤을 더 지난 뒤 학성이씨 묘에 닿는다.

 
무덤 뒤 비탈길 끝에 있는 봉우리가 화장산 정상이다. 무덤 뒤 오르막으로 올라서면 능선길이 드러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50여m 정도 힘주어 올라야 한다.

삼각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편편하게 닦여진 것으로 보아 헬기장으로 사용된 듯하다. 화장산에서 바라본 조망은 아기자기하다. 발 아래로 회야호가, 멀리는 동해바다가 푸르다. 천성산 정족산 대운산 등도 묵묵히 자리잡고 있다.

정상을 지나 서쪽으로 내려간다. 잡목이 많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10여분 내려오면 막혔던 조망이 일순간 트인다. 얼마 전 산불이 났던 지역이다. 풀은 모두 타버리고 고사목만이 앙상하다. 검댕이 지천인 가운데 새로이 심은 소나무 묘목이 생명을 잉태시키고 있다. 철탑을 보며 따라간다. 경사가 완만해지며 낙엽과 솔가리가 뒤섞인 길로 바뀐다.

철탑을 지나 살짝 오르면 눈앞에 봉우리가 우뚝 서 있다. 잠시 내려선 뒤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한다. 100여m 오르면 또 다른 철탑. 벌목지대를 조심조심 지나면 하늘로 쭉쭉 뻗은 상록교목들(늘 푸른 키 큰나무)이 탐스럽다.

김녕 김씨 묘를 지나 20여분이면 철탑에 닿는다. 길 좋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20여분간 임도처럼 너른 길이라 숨돌리기에 그만이다. 한적하고 호젓해 지루한 느낌도 거의 들지 않는다.

갈래길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20여분 더 내려가면 온양고개(상봉고개)에 닿는다. 고개에는 최근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새로이 생겼다. 오른쪽 내리막으로 가면 양산 웅촌으로 떨어진다.

도로 너머에 독립가옥이 한 채 있다. 성영준(74) 씨의 집이다. 성 씨의 집 뒤로 끊어졌던 능선이 이어진다. 성 씨는 산꾼들에게 길을 열어 주는 것을 흔쾌히 승락했다. 예의를 표한 뒤 능선을 이어가자.

도보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산길이 기다리고 있다. 사거리 고개를 지나 계속 직진한다. 큰 굴곡 없이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능선길이다. 40분 가량 이어가면 철탑의 오른쪽을 비켜 나간다.

산의 오른쪽 사면을 지나다 무덤 앞에서 왼쪽으로 치고 오르면 능선에 닿는다. 철탑을 지나면 능선은 다시 부드러워진다. 5분이면 삼거리를 만난다. 삼거리를 지나자 오르막이다. 10분 정도 치고 오르면 배읍봉에 오를 수 있다. 배읍봉은 탁 트인 조망을 지니고 있다. 울산 컨트리클럽 아래로 쭉 뻗은 7번 국도가 시원스럽다.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삼거리로 다시 돌아간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내리막으로 꺾어 내려간다. 산사면을 가르며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에돌면 삼거리에 닿는다. 갈길은 오른쪽 길. 왼쪽 철탑 쪽으로 가면 대운산으로 이어갈 수 있다.

오른쪽으로 꺾자 길이 서서히 떨어진다. 참나뭇잎과 솔가리로 푹신한 흙길을 지나 15분이면 도로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꺾어 찜질방을 지나면 부산~울산을 잇는 7번 국도에 닿는다.

/ 글·사진=박병률 기자


교통편-----------------------------------------------------

먼저 부산에서 울주군 남창까지 가야 한다. 해운대역 맞은편에 위치한 해운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가 약 20분 간격으로 떠난다. 남창까지 3천1백원. 소요시간 1시간.

혹은 열차를 타도 된다. 부전역~남창은 오전 6시25분 통일호, 요금 1천8백원. 부산역~남창은 오전 6시52분 무궁화(요금 4천원), 9시55분 통일호(요금 2천1백원) 등.

버스에서 내리면 남창마트 앞이다. 남창역까지 3분 거리다. 남창역 앞에서 내고산행 마을버스가 출발한다. 오전 7시10분 8시10분 9시30분(3, 8일 장날 운행) 10시45분 등. 요금은 700원. 문의 052-238-5430. 택시를 이용할 경우 내고산 마을회관까지 4천원.

산에서 내려오면 7번 국도에서 부산과 울산을 오가는 완행버스가 수시로 지나간다. 버스정류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향토장터국밥’의 보리밥(5천원)이 별미다. 055-385-6362


떠나기전에 ------------------------------------------------

화장산(華壯山)은 ‘꼬장산’으로 불린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화(華)를 꽃 화(花)로 생각해, 꽃장산으로 부르다가 발음이 변해 꼬장산이 됐다고 한다.

산행 초입이 되는 고산리는 옹기마을로 유명하다. 14번 국도상에 위치한 외고산 옹기마을은 국내 최대의 옹기 생산지다.

옹기마을은 ‘온산지역 술집은 외고산 옹기장이들이 먹여살린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크게 번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플라스틱 용기에 밀려 간신히 명맥만 유지했다. 최근 옹기가 ‘숨쉬는 그릇’으로 재조명되면서 마을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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