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밀양,청도

재약산 원점회귀산행

모스키오토 2007. 8. 17. 12:27



세밑이 되면 누군들 한 해를 정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송년회다 망년회다 이런저런 행사를 가져 보지만 이튿날 돌아오는 것은 속쓰림과 허탈감이다.

차분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 희망을 품기에는 역시 산이 최고다. 넉넉한 산자락에 안겨 일상을 접은 채 네 시간이고 다섯 시간이고 묵묵히 자연과 벗하다 보면, 어느새 한해가 정리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울에 발을 씻고/산빛 보며 눈을 씻네/부질없는 부귀영화 꿈꾸지 않거니/이밖에 다시 무얼 구하리’.

밀양의 재약산 수미봉. 표충사를 지나가는 들머리 나무 표지판에 새겨진 시구가 산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겨울의 수미봉 가는 길은 조용하지만 외롭지 않고, 뚜렷하지만 닳지 않은 길이다.

세상에 대한 걱정일랑 가슴 한 켠에 접어 두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떼면, 사색을 위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고풍스러운 겨울 산사와 눈 덮인 겨울산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 이번 주 근교산취재팀은 그곳으로 떠난다.

산행코스는 ‘표충사~내원암~삼거리~진불암~전망대~임도~재약산~사자고개~삼거리~표충사’로 이어지는 원점회귀형이다. 산행시간은 5시간 가량.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를 타고 오다 종점에서 내린다. 표충사 매표소를 지나면 표충사 관광안내판이 서 있다. 이곳에서 재약산 일대의 산행을 조망하도록 한다. 홍제교를 건너면 표충사다. 왼쪽으로 표충사를 돌아나가는 길이 있다. 이를 따라 잠시 오르면 효봉스님 사리탑이 있다. 바로 옆 천황산 이정표를 확인한 뒤 큰길을 따라 오른다.

진불암 표지판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시멘트포장 임도는 끝이 난다. 그 언저리에서 만나는 작은 암자가 내원암이다. 흙길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삼거리다. 이곳에서도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오른쪽이 ‘진불암·수미봉’으로 가는 길. 왼쪽은 하산길이다.

5분 정도 오르면 계곡이 있다. 발 풀기는 이곳에서 끝난다. 여기서부터 산길이 좁아지면서 가팔라진다. 20분 정도 오르면 산죽이 길 옆을 빽빽하게 메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갈지(之)자로 구불구불 올라간다.

오르막은 계속된다. 40분 가량 앞 사람의 발뒤축만 보고 올라가야 한다. 이번 산행이 겨울에 어울리는 이유는 바로 오름길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경사가 있는 오름길이 좋다. 찬바람에 땀은 잘 나지 않으면서 온몸에 훈기가 쌓인다. 특히 이 길은 양지라 눈이나 얼음이 좀처럼 자리잡지 못한다.

좁아진 산길을 따라 1시간 가량 오르니 로프가 내려져 있는 암석길이다. 이를 살짝 올라서 5분이면 진불암 삼거리에 닿는다. 이정표가 왼쪽은 진불암, 오른쪽은 (구)고사리분교를 표시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튼다. 고사리분교가 있던 자리가 사자평. 사자평을 내려다보는 봉우리가 재약산 수미봉이다.
 


오른쪽으로 20여m만 올라가면 두 번에 걸쳐 바위전망대가 튀어 나온다. 북쪽으로 진불암과 재약산 사자봉(일명 천황산)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전망대를 지나 10분 정도 산길을 이으면 임도가 있는 능선에 닿을 수 있다. 이정표는 왼쪽으로 재약산(1㎞)를 가리키고 있다. 20분 정도 치고오르면 바위투성이의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수미봉이라 새겨진 자그마한 정상석이 서 있다.

1천�의 고지에 우뚝 선 수미봉은 영남알프스의 고산준령을 굽어보고 있다. 동쪽 아래는 드넓은 사자평이 펼쳐진다. 동쪽 멀리에는 신불산과 영축산이 자리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사자봉을 앞에 두고, 멀리 운문산 가지산 능동산 등이 어깨를 겯고 있다.

하산은 북쪽, 즉 사자봉 쪽이다. 정상석을 지나 그대로 내려간다. 20분 가량은 바위와 흙이 뒤섞여 길이 끊어졌다 이어진다. 하지만 다른 능선으로 빠지지 말고 북쪽 사자봉을 보며 길을 이어간다.

다시 흙길 능선으로 접어들 무렵에는 사자봉이 눈앞에 드러나 있다. 옴쑥 패인 사자고개로 떨어진다. 이정표가 길을 돕는다. 왼쪽으로 꺾어 하산을 시작한다. 그대로 직진해 20여분 오르면 사자봉 정상. 시간이 넉넉하다면 사자봉까지 오른 뒤 금강폭포로 떨어져도 된다.

하산길은 오름길과 느낌이 비슷하다. 산죽군락이 선뜻선뜻 비치는 가운데 길은 내리쏟는다. 마치 올랐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 특별한 갈래길도 없고, 흐린 길도 없다. 이처럼 길이 단순한 만큼 사색의 여유는 많아진다. 한 시간 가량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 해를 정리하며 걸어 보자.

진불암으로 갈라졌던 초입의 삼거리로 다시 내려온다. 내리막을 좇아 내원암, 표충사를 지난다.

/글·사진=박병률 기자



=====================================떠나기 전에


겨울철 산행은 아무리 쉽다 하더라도 출발 전 방한 장비를 빈틈 없이 갖추어야 한다. 1천�가 넘는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은 그 높이를 자랑이나 하듯 겨울철 내내 눈을 이고 있다. 바람이 특히 강해 방한 채비를 하지 않으면 추위에 고생을 할 수도 있다. 눈 소식이 있을 땐 스패츠, 아이젠 등을 준비해야 한다.때때로 낙엽 아래 서릿발과 살얼음이 숨어 있다. 초겨울 여행에서는 내리막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하산 뒤에 여유가 있으면 표충사 경내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경내에서는 청동함 은향완(국보 제75호) 삼층석탑(보물 제467호) 등 국보급 문화재, 석등 표충서원 대광전 등의 지방문화재와 사명대사의 유물 300여 점이 보존되어 있다.

/ 이창우 산행대장 / 문의=만어산장 245-7005



교통편 ================================================

부산역에서 밀양역까지 기차를 이용한다. 오전 6시55분, 7시15분, 7시30분, 8시15분, 8시35분, 9시15분 등. 주말 할증 4천7백원. 소요시간 50분 가량. 밀양역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700원. 15분 가량 소요.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를 탄다. 표충사 아래에 있는 상가까지 가는 버스가 있고, 매표소 앞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상가에서 내리면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오전 7시30분(절), 8시20분(절), 9시10분(상가) 10시(절) 10시30분(상가) 등. 요금 2천원. 표충사는 입장료를 받는다. 1천5백원. 표충사에서 밀양으로 돌아오는 차는 30~40분 간격으로 있다. 오후 4시50분(상가) 5시30분(상가) 6시(절) 6시30분(상가) 7시10분(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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