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부산근교산

가덕도 연대봉

모스키오토 2007. 8. 13. 16:34
산으로 옮긴 발걸음. 어느새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낚시꾼이요, 위를 올려다보니 산꾼이다. 먹을거리도 산채비빔밥에 더덕무침보다 숭어회 한 접시에 매운탕이 더 풍성한 산행지. 산으로 온 것일까, 바다로 온 것일까.

부산은 바다와 벗한 도시다. 그러나 이곳에서 섬 산행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영도는 뭍과 다를 바 없고, 나머지 섬은 작은데다 멀리 떨어져 있다. 가덕도 연대봉은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섬 산행지다.

지금까지 가덕도 산행은 ‘천성~연대봉~선창’으로만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단조롭다는 평을 들어왔다.

“세상에, 가덕도에 이런 산행코스가 있었어요?”

이 같은 감탄사가 나올 만한 가덕도의 해변 산행코스를 소개한다. 산행코스는 ‘천성~천수대~능선(혹은 해안도로)~대항고개 삼거리~임도~물개바위~연대봉(烟臺峰·459.4�)~낙타등바위~바위전망대~삼거리~세바지~동굴~대항’으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3시간30분~4시간 가량. 산행시간으로 보나, 코스로 보나, 주변 먹을거리로 보나 가족이 함께 바다를 보며 하루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저너머가 태평양!" 하산을 재촉하던 산길은 폐초소로 스며들더니 마침내 바다와 만난다. 연대봉 세바지 코스는 부산의 바다와 산을 함께 머금고 있다.]
용원선착장에서 배를 탄 뒤 천성에서 내린다. 도선장에서 걸어나오면 ‘천성매표소’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틀어 파출소와 남중마을 석비를 지난다. 계속해서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간다. 10여분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오르막 모퉁이에서 ‘천수대’라 쓰인 나무 표지판을 만난다.

모퉁이를 돌지 말고 직진해 흙길로 올라선다.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외길이 30분 가량 이어진다. 산길은 고즈넉하다. 무덤 두 기가 있는 바위 전망대에서는 태평양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외길 끝에는 체육공원이 있는 대항고개(지양곡)가 나온다.

그러나 산불주의보가 내려지면 경방원이 이 길을 통제한다. 이 경우 해안도로를 따라 20분 가량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경사가 완만한데다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다. 또 천성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여유있게 걸을 수 있으므로 실버산행 혹은 가족산행객이라면, 산행길로는 해안도로가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대항고개는 삼거리다. 이곳에는 연대봉 표지판이 산길을 안내한다. 장승이 양 옆으로 선 흙길을 따라 올라간다. 너른 임도를 쉬엄쉬엄 오른다. 20분 가량 오르면 길이 좁아지고 가팔라진다. 군데군데 너른 터에 청송이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어 숨돌릴 곳은 많다. 오르막을 10여분 가면 기묘하게 생긴 바위가 기다린다. 일명 물개바위다. 바위는 천수대를 바라보고 있다.

물개바위에서 10여분 더 가파른 길을 오르면 연대봉 정상이다. 정상석 뒤에는 봉수대가 우뚝 서있다. 연대봉의 ‘烟’은 ‘煙’의 속어라며 연대봉은 봉수대를 뜻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연대봉은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감시하던 최일선의 봉수대였다.

연대봉 옆에는 바위 봉우리가 하나 서 있다. 낙타등바위다. 지역 사람들 중에는 연대봉을 연대산, 낙타등바위를 연대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 암봉 위에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 온다. 최근 용원산악회에서 낙타등바위에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암봉 정상에 오르면 실제로 봉수대 잔해가 남아 있다. 낙타등 바위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거칠 것이 없다. 멀리 대마도부터 몰운대 모자섬 쥐섬 등 부산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낙타등바위에서 되돌아 내려온다. 하산길은 암봉 왼쪽으로 내려간다. 암봉에는 빨간색 스프레이로 ‘대항·세바지’라 씌어 있다. ‘세바지’ 푯말을 보며 암봉을 시계방향으로 돌아간다. 암봉을 반바퀴 돌면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산길은 고사목 지대를 가로질러 내려간다. 몇해 전 산불이 났던 지역으로 검게 그을린 고사목이 안타깝다. 15분 가량 내려오면 ‘전망대’라 쓰인 푯말이 기다리고 있다. 하산길을 잠시 벗어나 왼쪽으로 내려간다. 앞으로는 대항 앞바다가, 뒤로는 연대봉이 보이는 바위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연대봉 쪽 산기슭을 보면 재미있는 바위가 하나 있다. 거북처럼 보이는 바위가 연대봉 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전망대에서 뒤돌아 나와 길을 잇는다. 무덤 두 기가 있는 너른 터를 지나 50여� 떨어지면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틀어 5분이면 옛 해병대 초소에 닿는다. 나무 문을 지나 초소 건물로 들어선 뒤 바다로 나간다. 산길이 마침내 바다와 만났다.

초소를 되돌아 나온다. ‘주식고’ 건물이 보이는 통로에서 왼쪽으로 붙어 계속 간다. 나무 문을 지나면 잘 닦인 해안길이 기다린다. 산허리를 에도는 흙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나오면 몽돌밭이 있는 해안가에 내려온다.

방파제 쪽 야트막한 언덕 아래 굴이 세 개 뚫려 있다. 대항마을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 굴은 일제 때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전쟁용 굴이다. 세 개의 굴 중 가운데 굴을 지나면 언덕 뒤 몽돌해변으로 나올 수 있다. 30여� 걸어와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시멘트 포장 임도를 만난다. 시멘트 임도 끝에는 ‘쌍둥이네집’을 지나 대항선착장이 있다. 

 

 


 































▶ 떠나기 전에

패총 지석묘 토기 등이 발견된 가덕도는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오랜 섬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애정도 깊어 해마다 산불주의 기간(11월1일~5월31일)엔 경방원들이 산꾼을 철저히 제지한다. 따라서 이 기간 가덕도로 산행을 갈 경우 출발 전 미리 천가동사무소(970-4907)에 산행가능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

수시로 발령되는 위험경보 경계경보 산불주의보 등에 따라 입산이 전면 금지되기도 하고 산행로만 일부 통제되기도 한다.

이번 산행코스는 용원산악회에서 개척한 등산로다. 이 코스 역시 날씨 여건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용원산악회 김태복(011-867-6972) 회장에게 문의하면 현지 사정에 따른 산행 조언을 친절히 받을 수 있다.

/ 이창우 산행대장(www.yahoe.co.kr) / 문의=만어산장 245-7005




▶ 교통편

하단 지하철역 5번 출구로 나온다. 58-1번 버스승강장이 있다. 약 25분 간격으로 지나가는 이 버스를 타고 종점인 용원에서 내린다. 요금 1천2백원. 또는 사상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진해행 버스를 타도 된다. 용원선착장 삼거리에서 하차, 20여분 걸어 들어가야 한다.

용원선착장에서는 오전 7시 9시 11시, 오후 1시 등에 천성행 배가 떠난다. 요금 1천6백원. 소요시간 50분.

산에서 내려오면 대항이다. 대항에서는 오후 1시 3시 4시30분 등에 용원으로 돌아오는 배가 있다. 단 관광객이 많은 일요일에는 부정기 배편이 생기기도 한다.

하산길에 숨돌릴 수 있는 곳으로는 ‘쌍둥이네집’이 있다. 미리 예약을 하면 당일 아침에 잡은 숭어회, 물메기 등을 맛볼 수 있다. 971-0050

                                                                                                                                            / 글·사진=박병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