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이 따로 있을소냐 …시살등 가는 길에 만난 기암절벽과 노송이 산안개와 어우러지며 한폭의 수묵화를 연출하고 있다.]
그곳은 선계였다. 희뿌연 운무가 산봉우리를 감싸안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풀어지고 있었다. 골짜기에는 산안개가 살포시 피어올랐다. 세상은 온통 우유빛. 수목은 굵은 선을 잃어버리고, 실루엣만 하늘거렸다. 아차하는 순간, 앞서 간 사람의 자취가 운무 속에 사라졌다. 마치 신선의 뒷자락을 보았는 듯 몽롱한 환상에 빠져든다.
가랑비 내리는 날, 경부고속도로 언양 부근을 운전하다 보면 운무에 휩싸인 고봉을 보게 된다. 비구름이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등 1천 고지의 고봉을 넘지 못해 펼치는 이같은 파노라마는 아름답기로 따진다면 유럽의 알프스 어느 봉우리와 견주어도 뒤질 것이 없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영남알프스가 아니던가.
비 오는 날을 기다렸다. 운무가 살짝 걸린 시살등. 이번 주 근교산취재팀은 그곳으로 찾아간다. 산행구간은 ‘지산주차장~독립가옥~극락암~너덜삼거리~백운암~금수샘~채이등(죽밧등·1020m)~한피기고개~시살등(980.9m)~신동대동굴~통도골~통도가든~장선 버스종점’으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5시간~5시간30분.
양산 신평에서 지산행 버스를 타고 가다 종점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지산구판장이 있다. 구판장 앞에는 영축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은 극락암이다.
안내판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임도로 꺾어야 한다. 오른쪽으로 농장 울타리가 이어진다. 이를 따라 10여분 걷다 개울을 건넌다. 숲길에서 첫번째 갈래길을 만난다. 너른 길인 왼쪽길을 따라가도록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오른쪽 오르막으로 난 오솔길에도 국제신문 리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영축산으로 가는 길이다.
몇 번의 갈래길이 나타나지만 계속해서 너른 길을 고집한다. 그러나 중요지점이 있다. 길이 곡선을 그리며 산속으로 빨려드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슬그머니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곳으로 빠져 50여m 나아가면 개울이 나타난다. 개울을 만나면 일단 길은 제대로 잡은 셈이다. 개울을 살짝 건너 직진한다. 오른쪽으로 빨간 벽돌집이 보인다. 100여m 위에서 포장임도를 만나면 그대로 직진해 산길로 파고든다. 5분쯤 뒤 다시 임도를 만난다. 임도에 올라서면 왼쪽으로 극락암이 보인다.
이번에는 백운암을 찾아가야 한다. 300여m 걸어 오르면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영축산 정상(백운암)’은 왼쪽을 가리키고 있다. 이 길을 따라 5분간 오르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는 완만한 왼쪽길을 버리고, 오른쪽 비탈길을 탄다.
15분 가량 올라가면 너덜삼거리다. 이를 지나 10여분이면 백운암에 닿는다. 운무가 낀 백운암은 아름다웠다. 청아한 풍경소리는 산안개에 실려 우유빛으로 물든 아래세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백운암을 가로질러 시멘트포장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틀면 바위위로 숲길이 보인다.
촉촉하게 젖은 부엽토를 헤치며 30여분간 오르면 쌍바위다. 쌍바위를 지나면 갈래길이 나온다. 이곳도 중요지점이다.
이곳에서는 반드시 왼쪽길로 떨어져야 한다. 잠시 내려닿았다 10여분 올라가면 금수샘을 만날 수 있다. 금수샘을 지나 채이등까지 20여분간 바위전망대가 잇따라 나온다.
바위전망대를 벗어나면 철쭉잎이 무성한 흙길이다. 이 길 끝에서 삼거리를 만난다. 시살등은 왼쪽에 있지만 채이등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천길 낭떠러지를 만든 거대 암봉이 눈에 띈다. 채이등이다. 이곳은 해발 1천m가 훌쩍 넘어 조망 좋기로 따진다면 영남알프스에서도 손꼽힐 정도. 맑은 날에는 천성산과 금정산까지 한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채이등에서 땀을 훔친 뒤 뒤돌아 나온다. 철쭉 우거진 소로를 지나 20여분이면 한피기 고개에 닿는다.
고개에서 10여분 직진해 나가면 삼각점이 있는 시살등에 오를 수 있다. 영남알프스의 준봉들은 대개 험준한 암봉. 그러나 시살등만은 부드러운 흙봉우리다.
큰키나무(교목)가 없어 시계(視界)가 시원스레 확보된다. 천성산 정족산 금정산 등 동부 경남의 산군은 물론, 울산 언양 배내의 산과 들 마을과 내, 도로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하산은 북쪽이다. 진행 방향으로 보자면 오른쪽 내리막길. 동쪽으로 직진하면 오룡산으로 이어갈 수 있다.
200여m 내려오면 삼거리에 닿는다. 통도골로 떨어지는 곳은 왼쪽길이다. 이곳부터는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 길을 살필 수 없을 정도로 우거진 숲길이기 때문이다. 15분 가량 내려가면 신동대동굴에 닿는다. 10여 사람은 너끈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곳은 조선시대 신동대라는 사람이 도술을 닦던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곳에서는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몇 줄기의 석간수를 받아 먹는 재미를 빠뜨리지 말자.
신동대동굴을 지나면 내리막이 급해진다. 40여분간 정신 없이 내려 닿으면 계곡이 시작된다. 이곳은 통도골이라 불린다. 양산시 원동면 선리마을에서 통도사로 넘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뜻. 계곡을 따라 30여분 내려오면 임도가 보이는 삼거리다.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지 말고 오른쪽 숲길로 접어든다. 보기 드문 계곡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여분 뒤 계곡을 건너 오르막 산길을 타면 임도와 만난다. 임도에서 300여m가량 따라 내려오다 오른쪽 비탈로 내려가는 산길을 찾는다. 근교산 리본을 좌우로 붙여두었으니 참조하도록 한다. 내리막 오솔길을 좇아가면 10여분 뒤 통도골가든에 닿는다. 가든에서 나가는 외길을 따라가면 잠수교를 만난다. 배내천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를 건너 10여분이면 장선 버스종점까지 갈 수 있다.
▶ 교통편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양산의 신평행 버스를 탄다. 요금 2천원. 수시로 출발한다. 신평 버스정류장에서 지산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15분부터 20분마다 출발한다. 요금 700원.
산을 내려오면 장선 버스정류소다. 오후 4시, 6시, 8시10분에 출발한다. 원동역까지 요금 1천8백원. 원동역에서는 오후 8시58분, 9시9분 등에 부산행 기차가 있다. 주말 무궁화 4천7백원, 통일호 1천4백원.
원동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목을 축일 수 있는 곳으로는 송림상회(055-387-6947)가 있다. 조막걸리(5천원) 손두부(3천원) 등이 산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 글·사진=박병률기자
그곳은 선계였다. 희뿌연 운무가 산봉우리를 감싸안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풀어지고 있었다. 골짜기에는 산안개가 살포시 피어올랐다. 세상은 온통 우유빛. 수목은 굵은 선을 잃어버리고, 실루엣만 하늘거렸다. 아차하는 순간, 앞서 간 사람의 자취가 운무 속에 사라졌다. 마치 신선의 뒷자락을 보았는 듯 몽롱한 환상에 빠져든다.
가랑비 내리는 날, 경부고속도로 언양 부근을 운전하다 보면 운무에 휩싸인 고봉을 보게 된다. 비구름이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등 1천 고지의 고봉을 넘지 못해 펼치는 이같은 파노라마는 아름답기로 따진다면 유럽의 알프스 어느 봉우리와 견주어도 뒤질 것이 없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영남알프스가 아니던가.
비 오는 날을 기다렸다. 운무가 살짝 걸린 시살등. 이번 주 근교산취재팀은 그곳으로 찾아간다. 산행구간은 ‘지산주차장~독립가옥~극락암~너덜삼거리~백운암~금수샘~채이등(죽밧등·1020m)~한피기고개~시살등(980.9m)~신동대동굴~통도골~통도가든~장선 버스종점’으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5시간~5시간30분.
양산 신평에서 지산행 버스를 타고 가다 종점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지산구판장이 있다. 구판장 앞에는 영축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은 극락암이다.
안내판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임도로 꺾어야 한다. 오른쪽으로 농장 울타리가 이어진다. 이를 따라 10여분 걷다 개울을 건넌다. 숲길에서 첫번째 갈래길을 만난다. 너른 길인 왼쪽길을 따라가도록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오른쪽 오르막으로 난 오솔길에도 국제신문 리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영축산으로 가는 길이다.
몇 번의 갈래길이 나타나지만 계속해서 너른 길을 고집한다. 그러나 중요지점이 있다. 길이 곡선을 그리며 산속으로 빨려드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슬그머니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곳으로 빠져 50여m 나아가면 개울이 나타난다. 개울을 만나면 일단 길은 제대로 잡은 셈이다. 개울을 살짝 건너 직진한다. 오른쪽으로 빨간 벽돌집이 보인다. 100여m 위에서 포장임도를 만나면 그대로 직진해 산길로 파고든다. 5분쯤 뒤 다시 임도를 만난다. 임도에 올라서면 왼쪽으로 극락암이 보인다.
이번에는 백운암을 찾아가야 한다. 300여m 걸어 오르면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영축산 정상(백운암)’은 왼쪽을 가리키고 있다. 이 길을 따라 5분간 오르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는 완만한 왼쪽길을 버리고, 오른쪽 비탈길을 탄다.
15분 가량 올라가면 너덜삼거리다. 이를 지나 10여분이면 백운암에 닿는다. 운무가 낀 백운암은 아름다웠다. 청아한 풍경소리는 산안개에 실려 우유빛으로 물든 아래세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백운암을 가로질러 시멘트포장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틀면 바위위로 숲길이 보인다.
촉촉하게 젖은 부엽토를 헤치며 30여분간 오르면 쌍바위다. 쌍바위를 지나면 갈래길이 나온다. 이곳도 중요지점이다.
이곳에서는 반드시 왼쪽길로 떨어져야 한다. 잠시 내려닿았다 10여분 올라가면 금수샘을 만날 수 있다. 금수샘을 지나 채이등까지 20여분간 바위전망대가 잇따라 나온다.
바위전망대를 벗어나면 철쭉잎이 무성한 흙길이다. 이 길 끝에서 삼거리를 만난다. 시살등은 왼쪽에 있지만 채이등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천길 낭떠러지를 만든 거대 암봉이 눈에 띈다. 채이등이다. 이곳은 해발 1천m가 훌쩍 넘어 조망 좋기로 따진다면 영남알프스에서도 손꼽힐 정도. 맑은 날에는 천성산과 금정산까지 한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채이등에서 땀을 훔친 뒤 뒤돌아 나온다. 철쭉 우거진 소로를 지나 20여분이면 한피기 고개에 닿는다.
고개에서 10여분 직진해 나가면 삼각점이 있는 시살등에 오를 수 있다. 영남알프스의 준봉들은 대개 험준한 암봉. 그러나 시살등만은 부드러운 흙봉우리다.
큰키나무(교목)가 없어 시계(視界)가 시원스레 확보된다. 천성산 정족산 금정산 등 동부 경남의 산군은 물론, 울산 언양 배내의 산과 들 마을과 내, 도로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하산은 북쪽이다. 진행 방향으로 보자면 오른쪽 내리막길. 동쪽으로 직진하면 오룡산으로 이어갈 수 있다.
200여m 내려오면 삼거리에 닿는다. 통도골로 떨어지는 곳은 왼쪽길이다. 이곳부터는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 길을 살필 수 없을 정도로 우거진 숲길이기 때문이다. 15분 가량 내려가면 신동대동굴에 닿는다. 10여 사람은 너끈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곳은 조선시대 신동대라는 사람이 도술을 닦던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곳에서는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몇 줄기의 석간수를 받아 먹는 재미를 빠뜨리지 말자.
신동대동굴을 지나면 내리막이 급해진다. 40여분간 정신 없이 내려 닿으면 계곡이 시작된다. 이곳은 통도골이라 불린다. 양산시 원동면 선리마을에서 통도사로 넘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뜻. 계곡을 따라 30여분 내려오면 임도가 보이는 삼거리다.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지 말고 오른쪽 숲길로 접어든다. 보기 드문 계곡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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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 뒤 계곡을 건너 오르막 산길을 타면 임도와 만난다. 임도에서 300여m가량 따라 내려오다 오른쪽 비탈로 내려가는 산길을 찾는다. 근교산 리본을 좌우로 붙여두었으니 참조하도록 한다. 내리막 오솔길을 좇아가면 10여분 뒤 통도골가든에 닿는다. 가든에서 나가는 외길을 따라가면 잠수교를 만난다. 배내천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를 건너 10여분이면 장선 버스종점까지 갈 수 있다.
▶ 교통편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양산의 신평행 버스를 탄다. 요금 2천원. 수시로 출발한다. 신평 버스정류장에서 지산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15분부터 20분마다 출발한다. 요금 700원.
산을 내려오면 장선 버스정류소다. 오후 4시, 6시, 8시10분에 출발한다. 원동역까지 요금 1천8백원. 원동역에서는 오후 8시58분, 9시9분 등에 부산행 기차가 있다. 주말 무궁화 4천7백원, 통일호 1천4백원.
원동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목을 축일 수 있는 곳으로는 송림상회(055-387-6947)가 있다. 조막걸리(5천원) 손두부(3천원) 등이 산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 글·사진=박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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