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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방구에 오르면 탁트인 동해설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명절연휴엔 원거리여행보다는 부담 없는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부산시내에서 가깝고 겨울산의 정취를 실컷 즐길 수 있는 대운산(大雲山.742.1m)이 연휴등산 코스로 적당할 것이다.
이 산을 산꾼들이 주로 이용하는 내원암쪽 보단 미답지에 가까운 북릉에서 시작, 대운산정상부근에 있는 헬기장을 최고지점으로 잡아 대운암을 거쳐 용당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하면 재미있는 산행길이 될 것이다. 등산시간은 5시간30분-6시간 가량 소요된다.
이 코스를 밟으려면 부전역에서 아침 6시20분에 청량리로 출발하는 통일호열차를 타야 동해바다의 일출을 만끽할 수 있고 하산시간 등도 빠듯하지 않다. 동해남부선 남창역에 내리면 산행기점까지 가는 대운산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다가 등산객들을 싣고 7시45분에 바로 출발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울산 기장간 14번국도에서 대운산을 보고 마을길로 접어들어 2, 3분가량 가다 대감산장 100m쯤 지나 `도통굴'산행초입에 내리면 된다.
철탑이 있는 산쪽을 향해 난 시멘트길을 따라 고개를 들어보면 봉우리가 여러 개 보이는데 이 봉우리들이 산행해야 할 대운산 북릉이다. 맨 오른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굴방구(굴이 있는 바위라는 뜻의 사투리)고 두번째 봉우리가 학봉, 그리고 낮아지다가 길쭉하게 있는 마지막 봉우리가 매봉이다. 마을사람들은 이 봉우리들을 첫봉 둘째봉 셋째봉이라 부른다.
하차지점에서 개울을 따라 1Km쯤 오르면 왼쪽으로 길이 굽어지고 그 길을 계속 따른다. 그러니까 굴방구바위가 있는 곳으로 올라선다는 생각을 하고 길을 잡으면 중간에 몇개의 갈림길이 나오나 헷갈리지 않는다. 굽이지는 곳에서 300m 더 가면 왼편방향으로 길이 이어지나 이 길을 따르지 말고 오른 편으로 비스듬히 모퉁이로 난 길로 접어든다. 300m 더 가면 다시 갈림길이 있는데 역시 직진하며 이제 산판도로가 끊기는 셈이 된다. 길은 오를수록 좁아지고 길옆엔 참나무잎이 무성하고 본격적인 등산로를 걷는다.
1Km 더 가면 학봉 매봉으로 가는 왼편길 입구에 큰 바위가 있는데 덩굴식물이 이를 가리고 있다. 이 길로 가지말고 오른 편으로 굴방구를 보고 오르막을 오른다. 10분 정도면 푸른 빛을 띤 바위절벽이 나타난다. 그 아래 파란 천막이 보이고 천막위로 굴이 마치 시커먼 입을 벌린 듯 동쪽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이 굴은 몇개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중 신라 원효대사가 도를 통했다는 전설로 인해 도통굴(道通窟)로 불리고 있다.
절벽바위를 오른쪽으로 돌면 능선을 만나는데 오른 편 아래로 내려가는 능선은 양달마을로 가고 왼쪽으로 바위를 타고 오르면 굴방구위에 서게 된다. 날씨가 맑으면 쪽빛 동해바다가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온다. 굴방구에서 왼편 아래로 희미하게 난 길엔 신경쓰지말고 비스듬히 오른 쪽으로 능선을 탄다. 5분쯤 오르면 첫봉이다. 첫봉에서 능선을 따르면 진달래군락이 하산하는 길까지 이어진다. 첫봉에서 10분쯤 능선따라 가면 앞에 학봉(둘째봉)이 우뚝 솟아있다. 이 봉 앞으로 자세히 보면 학의 머리모양이 있고 이 머리와 봉을 연결해보면 학이 나는 형상이다. 20분 정도 가면 학봉이다. 학봉 정상은 희푸름한 바위하나 뿐이다.
여기서 부터 눈이 많다. 정상인근에 있는 헬기장까지 가는 등산로에 학봉계곡 상대마을 내원암 등으로 하산하는 길이 여러 개 있으므로 체력이 달리거나 차를 산행입구에 세워두었다면 상황에 따라 적당한 길로 하산하면 된다. 2Km쯤앞이 매봉이다. 매봉에선 날씨가 쾌청하면 남쪽으로 대운산 시명산 등이 보이며 서쪽으론 영남알프스도 조망되고 울산 문수산도 바라볼 수 있다.
매봉에서 1Km 더 가면 왼쪽으로 상대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고 여기서 1.5Km 더 가면 대운계곡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2Km 쯤 더 가면 오른 쪽으로 용당마을로 가는 산길이 있는데 나중에 이 길은 대운암입구에서 만난다. 힘이 부치는 사람들은 이 길로 먼저 내려가면 된다. 여기서 200m앞에 내원암 애기소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나오는데 부산의 등산객들이 이 길을 많이 이용한다. 200m위에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에 올라서서 오른 편 길로 접어든다. 이제부터 하산길이다. 하지만 바로 하산하는 것 보다는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2,3분만 가면 대운산정상이므로 정상을 한번 밟아보고 잠시 쉬었다가 하산하는 것도 그다지 큰 시간낭비는 아니다.
대개 대운산정상에 올랐다가 시명산-시명계곡-명곡으로 하산하거나 시명산 가기전 왼쪽으로 빠져 장안사로 내려간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길을 잡으면 명곡가는 길인데 이 길을 가다 왼쪽으로 빠지면 장안사방면이다.
정상에서 다시 헬기장으로 내려가 하산길을 잡는데 헬기장에서 200m쯤 가면 서창으로 직진하는 길과 오른 편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봉우리위로 오른다. 이 봉우리를 거쳐 계속 아래로 하산한다. 2Km쯤 내려가면 바위가 곳곳에 나타나고 경사가 급해 하산하는데 약간 불편하다. 1.5Km쯤 더 내려가면 대운암이다. 범바위 아래에 부처가 있는 대운암은 암자라기 보다는 자그마한 오두막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다.
대운암에서 내려오면 계곡위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데 그 길이 헬기장 아래서 힘이 부치는 사람이 바로 용당으로 빠질 수있게 난 길이다. 두길이 합쳐진 지점에서 용당마을로 하산하는데 하산 종착점인 버스정류장까지는 1시간30분쯤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