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산행기/울산,양산

오두산

모스키오토 2007. 8. 17. 01:16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지만 한때 칡넝쿨은 곧 돈이었다. 20여년 전 지리산 골짜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 동네 아낙부터 마을 아이들까지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면 산으로 산으로 올랐다. 지게를 지고 낫을 든 발걸음은 살랑살랑 가벼웠다. 온 산을 덮어 지천으로 뻗은 칡넝쿨은 걷어 오기만 하면 돈이 됐다.

동네 어귀엔 컨테이너 만한 솥을 걸어놓고 불을 땠다. 삶은 칡넝쿨을 건져내 날이 무딘 칼로 흐물흐물한 껍질을 벗기는 일도 별다른 수입이 없던 가난한 마을에선 쏠쏠한 돈벌이였다.

오두산은 언양 석남사 맞은 편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남알프스의 일원이다. 등산로 초입에는 칡넝쿨이 무성하다. 양지에는 넓은 잎으로 햇볕을 받아서인지 세력이 더 왕성하다. 줄기는 살이 올라 포동포동하다. 붉은 빛이 가미된 듯한 자주색 꽃도 몇 송이 보인다.

등산코스는 상북면사무소 정류장~산전교~거리 새마을회관~돌담봉~오두산(823.8�)~전망대~오두산~밀봉암~양등리~가지산주유소. 약 4시간 걸린다.

옛 상북면사무소 앞에 내렸다면 바로 왼쪽으로 등억온천 작전청 들어가는 길이 있다. 산전교를 건넌다. ‘자연과 아이들’ 농장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길가에는 널찍한 운동장이 있다.

논에는 익지 않은 벼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다. 김을 매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다. 마을 입구에는 정자나무가 그늘을 만든다. 20분이면 거리새마을 회관앞 사거리. 직진한다. 언양에서 377번 버스를 타고 왔다면 이곳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길 왼쪽의 가건물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기 직전 오른쪽으로 농로가 나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희미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길은 또렷하다. 100�쯤 걸어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보면 개울이 흐른다. 작은 다리를 건너 이번엔 왼쪽.
 

10분이면 묘지에 이른다. 다시 5분 정도 임도를 따라 걸으면 경주 김씨 묘가 나온다. 이내 임도가 끝나고 산길로 접어든다. 묘에서 15분이면 능선에 붙는다. 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넘어진 소나무 여러 그루가 썩고 있는 지점을 지나면 구불구불한 길이 시작된다.

등산로 초입에서 보면 상당히 가팔라 보이지만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다. 꼬불꼬불하게 난 길 덕분이다. 물에 젖은 낙엽더미에 발이 푹푹 빠진다. 지난 가을 떨어진 활엽수 잎이 아직 제모양 그대로다. 발길이 그 만큼 뜸했다는 얘기다.

한참 헐떡거리고 나면 평평한 길. 호리호리한 나무 군락 속에 밑둥이가 한 아름은 넘어보이는 큰 나무 한 그루 서있고 뒤에는 줄무늬 선명한 큰바위가 앉아 있다.

능선 하나를 넘는다. 잠시 걷다 오른쪽으로 치고 오른다. 10분 뒤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길이 갑자기 가팔라진다. 수풀 사이로 들어서서는 좁고 험한 길이 이어진다. 길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지점이라 조심해서 찾아야 한다. 험로를 헤매듯 10분쯤 오르면 주변 조망이 비로소 트인다. 누군가 쌓아 놓은 산성처럼 보이는 지점에 이른다. 돌담봉이다.

석남사가 한참 아래로 보이고 그 위에는 지난주 소개한 상운산이 버티고 섰다. 이제 정상은 가깝다. 한바탕 오르막을 지나면 밀봉암 3㎞, 송곳산 1㎞, 오두산 2.5㎞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그러나 이곳은 정상이다. 이정표를 잘못 세워둔 것이다. 누군가 오두산 부분을 지우려고 긁은 흔적이 있다.

그대로 직진해서 5분쯤 가면 길 오른쪽에 쉴 만한 전망대가 있다. 석남사 주변과 가지산 능동산을 조망한다. 배낭을 벗어놓고 바위에 걸터앉는다. 산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서늘한 기분마저 든다. 계절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산길은 전망대에서 오두산 정상으로 되돌아가서 시작한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정상으로 올라온 방향에서 보면 오른쪽. 가파르다. 등산로를 따라 굵은 동아줄이 매져 있다.
 
[밀봉암 앞으로 계곡이 흐른다. 계속된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이 작은 폭포처럼 쏟아진다.]
정상에서 20분 정도 내려서면 석남터널 오르는 길이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아래 새로 건설중인 터널 공사로 산이 파헤쳐지고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났다. 보기 흉하다.

10분을 더 내려가면 약간 평지로 접어드는 듯한 지점을 만난다. 직진하면 송곳산이나 석남사 행정마을로 나간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빠진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으므로 잘 살펴야 한다. 작은 개울을 건넌다. 길이 묵은데다 열흘 넘게 계속된 비로 등산로인지 물길이지 구분이 잘 안 된다.

20분 정도 내려가면 작은 계곡. 물소리가 차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곧 임도에 닿는다. 10분이면 밀봉암. 땀에 젖은 얼굴을 씻고 숨을 돌린다. 밀봉암에서 농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양등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양등교를 지나 가지산 주유소 앞에 언양행 버스정류장이 있다.

/글·사진=김용호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교통편
부산 노포동 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탄다.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있다. 요금은 2천8백원. 언양에서는 현대자동차 영업소 앞 정류장에서 12번 시내버스나 377번 버스를 탄다. 377번은 오전 8시20분, 9시20분, 10시5분 쯤에 지난다. 경유지이므로 시간 여유를 둬야 한다. 기다리기 귀찮다면 12번을 타고 상북면사무소에서 내리면 된다.

가지산주유소에서는 석남사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 20분 마다 있다.



떠나기전에
열흘 넘게 내리던 장대비가 멎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초가을 날씨를 보여준다. 영남알프스 가운데 아직까지 자연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진 오두산을 찾았다. 그리 부담을 갖지 않고 올라도 되는 산이라 가을맞이 산행으로도 좋을 듯하다.

자라의 형상을 한 오두산 들머리에 있는 마을은 ‘거리(巨里)’다. 큰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 마을의 본래 이름은 앵기동. 신라시대 때부터 내려온 이름이었다고 하는데 그후 면내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 하여 고쳐불렀다고 한다. 날머리의 양등마을은 버드나무가 무성하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밀봉암은 주위에 봉우리가 많다는 뜻으로 지금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밀양에서 왔다는 뜻의 ‘밀양(동뫼)산’, 오씨 성을 가진 부잣집의 대문이라는 ‘대문깍단’, 부잣집의 창고를 시냇가에 세웠다하여 ‘간창’ 등 오두산 주변에는 친근가는 마을 이름들이 많다. 식수는 미리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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